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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정보비대칭 법조시장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도 한 분야에 오래 있다 보니 실력 있는 분들을 꽤 알게 됐다.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며, 의뢰인과 소통 능력도 좋다.

그런데 막상 부탁을 한 사람들과 이런 분들이 연결되는 확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좋은 변호사는 결과를 장담하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재판부와의 친분을 나열하지도 않는다. 변호사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징계감이기도 하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 있는 의뢰인, 특히 형사사건에서는 결과를 장담하는 변호사를 선호한다. ‘전관’이라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그러나 의뢰인들은 이 전관의 위력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를 알 길이 없다. 가령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변호사라고 치자. 일반인도 학교 동창이라고, 옛 직장 동료였다고 다 사이가 좋은 게 아니듯, 전관 변호사도 비슷하다. 결과가 나쁘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반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전관을 쓴 덕이 된다. 수요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요즘엔 홍보비를 많이 지출한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 경쟁에서 앞서가는 경향도 생겼다. 성범죄처럼 공개적으로 변호사를 구하기가 어려운 의뢰인들이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변호사를 구하는 점을 활용한 마케팅 방식이다. 어느 법무법인은 검색어 상단을 차지하기 위해 1년에 수억원대 홍보비를 지출한다고 한다. 물론 이 홍보비는 고스란히 의뢰인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해서 좋은 변호사를 구하면 다행이지만 광고 잘하는 것과 실력은 별개의 문제다.

변호사업계는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이다. 어떤 변호사가 실력이 있고 어느 분야에 강점을 갖추고 있는지 변호사들끼리는 알지만 의뢰인은 알지 못한다. 음식점 같으면 주방장이 어디 출신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다. 실제 내오는 음식 맛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가게의 운명이 결정된다. 하지만 변호사업계는 다르다. 송사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검찰 수사를 받고, 형사 재판에 넘겨지는 일도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다. 결과가 나왔을 때 거기에 변호사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기도 어렵다. 체험에 의해 ‘누가 잘하더라’는 평가가 쌓이기 어려운 게 변호사시장이다.

변호사단체는 업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방안이 뭔지를 고민해야 한다. 법조 인맥을 알려주는 사업이 괜히 생겨나는 게 아니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홍보를 징계하는 ‘네거티브 규제’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변호사의 실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주체는 법대 위의 판사지만 판사에게 변호사 평가를 맡기자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결문 전면 공개는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판결문이 전면 공개된다면 어느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맡았는지 ‘빅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자연히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도 생겨날 것이고,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쌓은 평가는 ‘전관’이나 ‘검색어’ 마케팅보다 훨씬 정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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