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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미의 현장에서] 과감한 도전 사라진 삼성

삼성은 2010년 5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했다. 10년간 23조3000억원을 투자, 미래먹거리로 삼겠다는 포부였다. 5대 신수종사업은 당시 진행 중이던 사업이 전혀 아니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이었다.

10년이 훌쩍 넘은 현재 5대 신사업을 점검해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제약은 삼성을 넘어 한국 경제를 이끄는 신사업으로 성장했으나 태양전지, LED, 의료기기사업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삼성의 투자가 모두 성공으로 귀결되진 않았어도 과감한 도전 덕분에 전장·바이오 등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현재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을 넘어 삼성의 10년 후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삼성은 2018년 8월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전장부품 등에 18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3년간의 단기 계획으로, 당장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 대부분이다. 2019년 4월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계획도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 TSMC를 넘어서야 하는 큰 과제지만 기존의 반도체사업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비메모리반도체 중 파운드리사업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이마저도 속도가 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TSMC가 수십조원의 투자 결단을 내리고 미국의 대형 고객 선점에 나선 가운데 삼성의 파운드리 투자 진행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빠른 사업추진을 위해 한 발 물러서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이를 책임지고 결단을 내릴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인한 총수 부재 상황이 이 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는 얘기다.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투자에 나서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건 결국 오너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다. 전문경영인은 당장의 성과를 위해 안정적인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한미국상공회의소까지 나서서 사면을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 기여한 업적은 높이 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중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 또한 삼성의 그간의 노력에 대한 결실이다. 삼성이 또 해냈다는 호평이 나오지만 정작 삼성은 회계부정이라는 재판 상황 탓에 이런 성과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K-바이오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시 굵직한 투자 결단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가 모이고 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해 보인다.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K-바이오 쾌거 등에도 삼성의 2030년이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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