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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물가 급등을 보는 법

이달 변덕스러운 날씨만큼 시장이 어지럽다. 인플레이션 논쟁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1년 사이 크게 달라진 일상에서다.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지만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인류는 미지의 공포에 일상을 멈췄다. 하지만 머지않아 코로나19에 적응하며 합리적 대안을 찾기에 이른다. 이후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여전히 여러 제약이 있고 국가별 격차가 두드러지지만 일상생활은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아니 적어도 각종 경제지표로 보면 코로나19는 이미 종식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녁 주점을 찾았을 때 자리를 가득 채운 소비의 행렬은 지표의 회복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 취한 세계 증시는 인플레이션의 도래가 반갑지 않다. 혹여라도 돈줄을 조이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RB)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 강조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못한다.

이 대목에서 지난달 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의 한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중고차 구매비용이 전달 대비 10% 급증했다는 수치다. 이는 CPI의 급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따지고보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중고차시장으로 풍선효과가 번진 결과였다. 이는 현재 시장을 달구는 물가의 상승 국면을 정확히 설명해준다. 가수요까지 가세하며 질주하는 원자재 가격의 폭등, 여기에 코로나19의 국가별 격차에 따른 국지적 공급망 붕괴가 가격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서 결정된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공급망 붕괴 등의 요인으로 따지자면 현재 물가상승은 수요의 회복보다는 공급의 문제에서 찾는 게 더 설득력이 높다. 수요를 일시적으로 높였던 재난지원금도 더는 지원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값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현재의 물가상승 국면이 일시적일 가능성을 높인다. 금은 경기불황에 따른 달러의 약세 국면에서 몸값을 높인다. 중장기 경기 전망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신호다.

오히려 이런 일시적인 과열 국면이 만성화된 수요 위축의 구조적 취약성을 가리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거대 빅테크기업들의 독식 구도 속에 일상이 된 초저금리 유동성은 양극화된 경제구도를 고착화했다. 중산층은 사라졌고, 이 중 상당수가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 당장 우리의 현실 또한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속에서 실적 잔치를 벌이는 게임업체들은 고임금경쟁을 벌이며 인재확보에 한창이다. 반면 과잉 공급구조였던 자영업자 상당수는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멈춰선 공장은 결국 다시 돌아갈 것이다. 공급은 정상화될 것이고, 다시 화두는 생산된 제품을 누가 사주느냐로 옮겨갈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본질은 공급이 아닌 수요다. 코로나19가 저소득층에 남긴 상흔은 수요의 취약성을 높였다. 이는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투자자라면 각종 기저효과가 극대화하는 현재의 ‘나무’가 아닌 1년 후 ‘숲’을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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