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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유럽의 부유세보다 매서운 한국의 종합부동산세

현대국가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목적 중 하나는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를 추진하는 것이다. 부자과세를 위한 세금으로 유럽 국가에 ‘부유세’가 있다면, 한국엔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유럽의 부유세 제도는 1980년대 사회주의 정당이 유행하던 시기에 12개 국가만 운용하다가 현재는 4개국(스웨덴, 핀란드 등)만 시행되며 세수 비중도 조세 수입의 1% 미만으로, 상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부유세는 종합부동산세처럼 가족구성원인 세대 단위로 재산을 합산해 과세한다. 부유세는 부동산, 동산, 유가증권의 합계액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유가증권 과세에 따른 부자들의 해외 도피, 자산가치 평가의 공정성 논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반발 등 부작용이 큼에 따라 대다수 국가가 폐지해 현재는 유명무실한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가 간헐적으로 유럽형 부유세 도입을 거론하는데, 실패한 부유세 도입 논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우리의 종합부동산세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소수의 부동산부자를 위한 ‘부자증세’로 시작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주택 가격 폭등으로 과세 인원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현재는 ‘중산층 증세’로 변했다. 서울의 전체 아파트 중 24%가 공시가격 9억원 초과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다. 아파트 네 채 중 한 채꼴로 우리의 종합부동산세가 유럽의 부유세보다 훨씬 매서운 세금으로 변질됐다. 유럽의 부유세가 금융기관의 부채를 공제하고 순자산으로 과세하는 반면, 우리는 부채 공제 없이 총자산가액으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시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약 20%이지만 지역에 따라 30%에서 100% 이상 인상된 아파트가 많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1% 감소하고, 실업률도 0.5% 증가했으며, 많은 자영업자가 개점휴업 상태로 소득이 줄어들었다. 가구당 소득은 줄었는데 공시가격 폭등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은 대폭 확대돼 수도권 중산층이 체감하는 세금고통은 매우 크다.

30, 40대 직장인 중 많은 사람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실상 ‘하우스푸어(house poor)’ 소유자다. 개인의 금융 부채 총액이 1726조원에 달하고, 이 중 절반 규모가 주택구입 대출이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 중에서 상당수 인원이 가계부채를 가진 중산층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60세 이상 고령자 대부분이 운 좋게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들로, 노후 준비가 필요한 중산층이 대부분인 셈이다.

정부 말대로 집을 팔고 지방이나 변두리로 이사 가면 해결될 수 있을까. 1세대 1주택자도 고가 주택(실거래액 9억원 초과 주택)을 팔면 양도세 과세 대상이 된다. 양도차익이 1억5000만원 초과 41.8%, 3억원 초과 44%(지방세 포함) 등 40~50% 수준의 양도세를 내야 된다. 여기에 취득 주택의 취득세, 지방교육세, 중개수수료, 이사비 등이 추가된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율이 최고 70~80%로, 고율이다.

현재 10년 이상 장기 거주 요건 때문에 주택시장이 왜곡되는 구조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중산층의 꿈이 ‘내 집 마련’인데, 내 집을 마련한 즉시 세금으로 고통을 받는다. 서양 속담에 ‘모든 사람이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상속세 때문에 죽어서도 세금을 피하기가 어렵다. 상속세 과표가 5억원 초과 30%, 10억원 초과 40%로 상당수 중산층 주택은 높은 세금을 피할 수 없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신축 주택의 공급 확대 추진과 동시에 기존 주택의 매매가 원활하도록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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