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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형의 현장에서]펀드 사태, 징계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강타한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의 해법을 놓고 금융 당국이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전한 시장질서를 조성하기 위한 당국의 고심이 엿보이지만 기관뿐 아니라 대표이사(CEO)에게까지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어 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사후적인 관리·감독권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그것이다.

내부 통제에 소홀했던 기관과 임원에게는 징계가 내려지고, 투자자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분쟁조정안이 결정된다. 업계는 징계 수위에 대해 항변하고, 보상안에 대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용할지를 내부 검토하는 과정이 연출되고 있다. 일방향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내부 통제 의무를 다하지 못한 CEO(최고경영자)에게 중징계 철퇴가 잇따라 내려지면서 증권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업계는 내부 통제 소홀을 이유로 CEO를 중징계할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에서 임원들에 대한 줄징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국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내부 통제 기준)를 근거로 CEO 제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업계는 이 같은 유권해석 역시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정상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징계가 이달 중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원안대로 확정되면 이들 증권사의 CEO는 현 임기를 마치고 여의도를 떠나야 할 처지다.

당국과 증권업계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며 결국 법정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이달 중 라임 4개 모펀드, 옵티머스펀드를 마무리하고, 5~6월에는 디스커버리·헬스케어·헤리티지펀드의 처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펀드에 대한 제재심과 분조위가 줄줄이 이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당국의 ‘고삐 죄기’는 더욱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임원에 대한 무더기 징계로, 금융투자업계로선 ‘선장 없는 배’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업계는 당국의 징계의 불가피성에 공감을 하면서도, 자칫 고강도 징계가 업계의 소극적 경영을 낳을지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은 더불어 이번 기회에 내부 통제 기준에 대한 법리 해석이 명확히 되길 기대한다. 향후 또 다른 분쟁의 소지를 이번 사태를 통해 정리하는 게 금융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무조건 ‘일벌백계’를 외치는 것만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길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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