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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먹구름 짙어지는 나라 살림

4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둘러싸고 정치권 등에서 논쟁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은 20조원대의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고, 기획재정부는 처음에는 12조~13조원을 넘는 편성 규모에 난색을 보이다 19조5000억원까지 ‘후퇴’했다. 국민의힘은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의 불가피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재정 운용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서는 곤란하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영세상인,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적 집중 지원 방식이 바람직하다.

미국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1조9000억달러(약 2140조원) 규모의 코로나 대응 예산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1400달러(약 158만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이 있다.

실직·폐업 등으로 타격을 입은 피해계층으로 지원을 국한해야 한다는 공화당과 보수언론의 반론이 거세다. 재무장관을 역임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과도한 지원책이 인플레를 촉발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70%에 가까운 지지율을 등에 업고 예산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지급한 3차례의 지원금은 대부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거나 부채 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재난지원금의 소비진작 효과를 26~36%로 추산했다. 국채 발행 확대로 민간의 소비나 투자가 위축되는 소위 구축효과(驅逐效果)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경기연구원과 이철희 서울대 교수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선별 지원을 통해 피해계층을 두텁게 지원해야 소비진작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국가채무 증가 추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적자국채가 90조원을 넘어선다. 지난해에는 4차례나 추경을 편성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국가채무 규모는 2020년 1000조원을 넘어서 2030년에는 205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8년 만에 2배로 급증하게 된다.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52%에서 2025년 61.7%, 2030년 75.5%로 급격히 늘어난다. 2020~2025년 국가채무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 국세 수입은 2년 연속 감소했다. 법인세는 전년 대비 16조7000억원 급감했다. 작년 1~11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8조원을 넘어섰다. 재정 운용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국가일수록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목격된다. 나랏빚 증가 속도가 빠른 나라에서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이번 추경 편성으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과도한 재정적자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4~5분위 근로소득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상위 1분위 소득은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소득이 크게 줄어든 요인이 크다.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경기부진과 고용정체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 친성장·친투자 정책으로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재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재정만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확대, 불요불급한 공무원 증원이나 공기업 지원을 지양해야 한다. 국가채무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안목에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재정의 생산성·효율성 제고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재정은 국가경제의 마지막 보루다. 필요한 곳에 적정 재원을 투입하는 실사구시적 재정 정책이 요구된다. 정재절재(政在節財). 공자는 “정치는 재물을 아끼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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