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성추행 논란’ 박범신, ‘구시렁구시렁 일흔’ 시집으로 돌아와

2016년 ‘성추행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작가 박범신이 시인으로 돌아왔다.

‘구시렁구시렁 일흔’(창이 있는 작가의집)은 작가의 두 번째 시집으로, 140여편의 시에 희노애락애오욕의 시간을 담아냈다.

작가는 청년작가와 노인의 위험한 틈새, 거기에서 절로 비어져 나온 오욕칠정의 얼룩들을 나의 항아리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에 대한 고마움과 독자곁에 있고 싶은 간절함을 전했다.

“작가 이름 48년, 돌아보면 매 순간이 얼마나 생생한 나날이었던가. 나는 살아 있는 유산균, 매일 캄캄한 추락 매일 환한 상승의 연속이었다. 그 생생한 경계의 먼 길을 함께 걸어준 수많은 독자에게 엎드려 고마울 뿐”이라며, “바라노니 이제 사랑하는 당신들 곁에서 다만 ‘구시렁항아리’로서 깊고, 조용하고, 다정하고, 어여쁘게 늙어가고 싶다”(‘제목이야기’)고 책에 썼다.

그는 또 “시인답게 사는 게 내 평생의 꿈”이었다며, 소설 쓰기의 두려움을 함께 드러냈다. “나는 상처받았고, 그것들은 내게 잔인하고 비루한 폭력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러므로 그것들에 저항할 수 있는 한 가지 길은 스스로 상상력의 우물을 닫아버리는 자멸적 반역이었다는 걸 이해해달라고 말하진 않겠”다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일”일 거라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140여편의 시는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 등 9개 주제로 묶었다.

‘더러는 기우는 햇빛이 더욱 붉다고/불끈, 말하고 싶을 때에도/쉬, 표시나지 않게 기울어야지’(‘그 후’), ‘원망을 새긴 가름의 피켓들이 쌓여/오늘 우리들의 여름이 되었다/시를 쓸 수 없는 시인들의 나날‘(‘조국의 여름’), ‘그의 주검은 수직하강, 그의 숨 1그램은 수직상승이었다. 떠오르고 떠오른 물방울 한 점, 숨이 해면에 도달했을 때, 바다 위엔 부드러이 바람이 불고 있었다.’(‘조종자 이야기’) 등 시간과 존재, 감정이 부딪히는 자리를 치열하게 사유한 시들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