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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윤석열 끝내 사퇴, ‘검찰개혁 국민적 공감 중요’ 교훈

윤석열 검찰총장이 끝내 사퇴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입법(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을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의 파괴로 규정하고 “직(職)을 걸고 사수하겠다”고 밝힌 뒤 이틀 만이다. 사퇴 배경은 차치하고 임기가 보장된 검찰수장의 중도하차 불행이 다시 반복되는 사태를 맞은 것은 유감스럽다. 행정부에 속하지만 준사법기관 특성상 정치적 독립성이 강조되는 검찰총장은 임기 2년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1988년 임기제 도입 이후 총장 22명 중 완주한 이는 8명뿐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민주정(民主政)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마저 파국적 결말에 이른 것이 못내 아쉽다.

사태가 이에 이르게 된 데는 여권의 책임이 무겁다. ‘무소불위의 권력분산’이라는 검찰개혁 명분은 좋았지만 실행 과정은 거칠고 급진적이어서 국민의 피로감이 컸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수사처 출범까지는 어찌어찌 왔지만 부패, 경제. 선거 등 6대 범죄 수사권마저 검찰에서 뺏어와 중수청에 맡기는 입법을 여권이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자 사달이 나고 말았다.

중대범죄에 대한 별도의 전담수사기구는 나라마다 입장이 다르다. 거악과 싸우는 조직은 전문성이 중요하고 수사와 기소를 함께해야 효과적으로 척결할 수 있다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수사와 기소를 엄격히 분리해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는 곳도 있다. 윤 총장은 전자에 서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과 대법원장, 재벌가 등 막강한 정치·경제권력을 상대로 수사와 기소를 해본 경험에서 나오는 주장이라 무시할 수 없다. 윤 총장은 울산시장선거 개입,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굽힘 없이 맞서다 핍박받는 검사로 각인되면서 많은 국민이 그의 말에 동조한다. 그렇다면 중수청은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사회적 숙의가 필요했다.

윤 총장의 향후 행보가 우려스러운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사흘간의 행보는 ‘정치 출사표’를 방불케 한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문재인 정부를 정면 공격했고, 내년 대선 선거(2022년 3월 9일)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사퇴한 것이 그러하다. 여권에서 발의한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피할 수 있는 절묘한 시점이다. 정의와 상식, 자유민주주의, 국민 편익 수호 등 사퇴 전 그의 말은 이미 ‘정치언어’로 가득하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그가 정치를 선택한다면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는 퇴색되고 또 한 명의 ‘정치검사’로 전락한다.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 뒤 곧바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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