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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경의 현장에서] 허위거래 실태파악 없이 개선책만…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일을 그래서 앞당긴다는 겁니까? 아니면 더 늦춘다는 겁니까?”

최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이에서 이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주택 실거래가 신고시한이 1년 전 60일에서 30일로 바뀌었는데 이를 또 조정한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오면서다. 주택 실거래가 허위 신고를 막겠다는 취지다. 지금 공개되는 부동산 실거래가도 믿지 못한다는 의미다.

여당 의원들은 최근 “주택 실거래가 신고 시 최고가로 신고했다가 취소하는 방식으로 주택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사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 매매거래 85만여건 중 계약 해제 건수가 4.4%에 달하고, 이 가운데 31.4%가 등록 당시 역대 최고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세에 영향을 주는 높은 가격에 체결된 계약이 돌연 해제된 사례에는 투기세력의 허위 거래가 포함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부와 여당에서 실거래가 신고일 재조정 방안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백가쟁명식이다. 큰 틀에서 정부는 “더 앞당기자”고, 여당은 “더 늦추자”고 주장하면서 부동산시장의 혼란만 키우는 양상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실거래가 신고기한을 계약일이 아닌 등기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계약일로부터 30일’에서 더 뒤로 늦추자는 것이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은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과 등기 시점에 2번에 나눠서 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 당일 공인중개사 입회하에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허위 신고를 방지한다는 목표는 같은데 해법이 제각각인 ‘실거래가 신고시점’을 놓고 업계의 시각도 엇갈린다. 늦추는 방안은 정확한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적시에 정보 반영이 안 돼 수요자에게 혼선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당기는 방안은 빠른 정보 제공이 가능해지는 대신 계약 후 각종 변경 사항이 나올 때마다 재차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결과 계약 해제가 더 많아질 수 있다.

허위 거래 실태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선 방안부터 논의하는 건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로 허위 거래를 했는지 통계로 확인된 것은 전혀 없다. 특히 계약 해제건에는 ‘계약 취소’와 ‘계약 내용 변경을 위해 계약서를 다시 쓴 경우’가 모두 포함되는데 각각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허위 거래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의원들은 실태 파악의 책임을 국토부로 돌렸다.

그렇다면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실거래가 신고 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면밀하게 파악하고 정확한 진단부터 내리는 것이다. 그런 다음 개선책을 내놔도 늦지 않다. 실태조차 모르는데 개선책부터 내놓으면 시장의 혼란만 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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