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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보험,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종이, 화약 그리고 나침반이라고 한다. 피터 L 번스타인은 그의 저서 ‘신을 거역한 사람들(Against the Gods)’에서 이것보다 더 위대한 발명품은 보험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이 인류역사 발전에 기여한 것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이 있기에 크게는 우주선을 발사하고 대형 선박이 대양을 항해하며, 작게는 우리가 자동차를 몰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험산업은 어떠했을까. 본격적인 경제개발 시대인 1960~70년대 보험은 위험 보장 그 자체보다는 저축의 한 수단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험자본이 경제발전의 유용한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마치 2차대전 후 폐허가 된 독일에 생명보험 적립금이 독일 경제의 재건을 위해 투자됐던 것과 같다. 1980년대 이후 보험산업은 저축 기능을 넘어 본격적으로 산업과 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각종 건설공사, 선박 및 항공업, 수출입, 재물의 화재, 각종 배상책임 등과 같은 소위 ‘산업 리스크’를 인수함으로써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그 역할을 담당했다. 아울러 개인의 질병·재난·사고 등 다양한 위험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해주는 개인보험시장이 발달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보험산업은 자본시장의 안정화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보험자산(1300조원)은 은행자산(3690조원)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당연히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위기 시 자본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금융위기 발생 시 보험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비교적 시스템 리스크가 크지 않고 안정적이고, 보험자산의 성격이 장기 투자에 적합해 여타의 단기 자본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활성화, 리스크관리자 및 금융적 기능 외에도 보험산업의 중요한 사회적 기여는 고용 창출에서 찾을 수 있다. 보험업 종사자는 약 48만명으로, 금융업 종사자(84만명)의 60% 수준이다. 이 중 약 40만명이 보험판매원이다. 이들은 과거 대부분 경제적으로 취약계층이었거나 고용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중장년 여성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장 역동적으로 지원한 산업이 보험산업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보험산업은 다시 한 번 진화를 준비할 때다. 바로 고령화 사회에서의 사회안전망 역할이다. 노후 대비에는 모든 금융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보험산업이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효과성이 가장 높게 나타날 것이다. 고령층의 가장 큰 관심은 노후소득(연금)과 노후건강(건강보험)이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서비스도 중차대한 국가적 어젠다다. 그래서 보험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으며, 이에 걸맞게 보험산업의 위상 제고도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열풍이 거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언택트·디지털 문화의 확산, 저출산 고령화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더 높아진 위상과 모습으로 진화하는 보험이 ‘위대한 발명품’으로의 새로운 역할과 기여를 기대해본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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