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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 보기] 코로나 쇼크와 이나모리식 경영

일본인들이 코로나19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코로나 쇼크’로 부르기 시작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1990년대 버블(거품)경제 붕괴, 2008년 리먼 쇼크에 이은 초대형 ‘경제위기’라는 분석에서다. 경영학자인 이타미 히로유키 국제대학장은 “일본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줬던 버블 붕괴에 맞먹는 피해를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왔다”고 진단한다. 지난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4.8%로, 11년 만에 역성장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더욱 빛을 보는 경영자들도 나타났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도 그중 한 명. 올해 우리 나이로 90대에 접어든 이나모리(1932년생)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존경하는 기업인 조사에서 도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의 CEO(최고경영자)를 제치고 해마다 압도적 1위를 지킨다. 그는 27세에 TV 브라운관 부품을 만드는 교세라를 창업,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웠다. 파산 직전에 몰린 일본항공(JAL) 회장으로 2010년에 취임, 2년 만에 회생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나모리의 경영 비법과 어록을 담은 책들은 지난 연말 1989년 첫 발행 이후 누적 2000만부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판매량은 일본 662만부(33%), 해외 1355만부(67%)에 달했다. 우리나라에도 2006년 ‘아메바 경영’을 시작으로 ‘왜 일하는가’ ‘생각의 힘’ ‘사장의 그릇’ 등 10여종이 꾸준히 인기다. 20대 중반 벤처 창업 이후 60년 이상 기업을 운영해온 독특한 경영철학과 삶의 행적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쇼크 속에 언택트시장에 취약한 업체들에 그의 베스트셀러 ‘아메바 경영’은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큰 조직을 독립 채산제로 운영하는 소집단(아메바)으로 쪼개고, 그 작은 조직의 리더를 임명해 회사를 공동 운영하는 게 골자다. 경제 상황, 기술 및 경쟁 업체 동향 등 환경 변화에 신속 대응, 회사 조직을 유연하게 재구축하라고 제언한다. 사람의 이동을 막고,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경제위기를 일으킨 ‘코로나 쇼크’ 시대에 아메바 경영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다.

기업의 외형 성장보다 ‘생존과 영속’, 이익 확대보다 ‘고용 유지’ 가치가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됐다. 평생 이나모리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 이타적(利他的) 자본주의를 주창했다. 그는 “경영자와 사원이 신뢰로 만난 집단인 운명공동체가 기업”이라며 노사 화합을 매우 강조한다. 또한 “세상에 실패는 없다. 도전을 포기했을 때, 그것이 실패”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인들의 책임과 분발을 촉구한다.

이나모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어떤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둘째 “인간은 항상 자신이 더 잘돼야 한다”는 본능을 갖고 있지만 “모두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사회적 공존과 공생이 필요한 요즘, 이나모리의 경영 어록들이 큰 울림을 준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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