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칼럼] 리더는 외롭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임기가 다음주 월요일로 끝난다. 시원섭섭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쉬움이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솔직히 시원만 하고 섭섭하지는 않다.

대한민국 법조계 역사상 가장 격렬한 소용돌이 속에서 대한변협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4년간 봉사했다. 매일 성명서를 준비할 정도로 각종 이슈가 법조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었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한변협이 이럴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연락이 꼭 온다. 그런데 사회가 그렇듯이 변호사회도 다양한 생각을 하는 세력들로 구성돼 있다. 선택적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 칭찬은 인색한데 비난은 넘치게 풍성하다. 섣불리 의견을 표명하면 대한변협마저 쪼개질 판이다.

모든 일에 신중했지만 북한 어부 강제 북송, 코로나19 방역대책의 기본권 침해 위험성, n번방이나 구하라 사건 등 인권과 사회정의의 본질적 부분이 위협받으면 신속하게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는 더 많은 의견을 수렴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정치적으로 중립이라고 인정받아 대한변협이 추천한 후보가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몇 년 동안 거친 반대도 있었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와 난민 수용, 성소수자 보호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규탄하는 시국선언과 집회를 주도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구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리더로서 스스로 결단해야만 했다. 그때마다 외로웠다.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마음도 편하련만, 단체의 대표가 되면 때론 양자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수처도 그랬다. 위헌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제도인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법률을 통과했다면 가장 적합한 후보를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신념과 행동의 괴리로 인해 가장 고민했던 것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이었다. 협회장으로서 변호사 숫자의 급증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회원들의 어려움을 무시할 수 없다. 합격자 숫자를 결정하는 시기가 되면 변협은 감축하라는 성명서 발표나 집회를 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봄, 변협의 집회 옆에서 숫자를 늘려 달라는 로스쿨생들이 삭발을 했다.

자식 같은 수험생들의 피맺힌 절규를 협회장이라는 입장 때문에 애써 외면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높아지면 시험 준비로 무너져버린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 오탈자라고 부르는 5회 응시자격 제한 문제 등 여러 난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행동은 신념과 달랐다.

조국 전 장관 임명 문제, 추·윤 갈등, 법관 탄핵 문제 등 많은 이슈가 끊임없이 사회 전체와 법조계를 흔들고 있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공수처장, 경찰청장 등 법조계 리더 역시 개인적 신념과 리더로서의 행동이 충돌하는 동병상련을 겪었거나 겪을 것이다. 바라건대 그 과정에서 느낄 리더로서의 외로움이 짧거나 약했으면 좋겠다.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먼저 탈출하는 변명치고는 꽤 길었다. 머리가 옳다 하고 가슴이 말하라는데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벙어리 냉가슴들을 훈훈한 봄바람이 순풍순풍 다가와 녹여주기를 바란다. 남아서 수고하시는 모든 분의 건강과 행복을 이 글로 기원한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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