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쿠팡의 뉴욕행 ‘한국적 규제’ 탓 아닌지 돌아봐야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이 500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로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인 뉴욕에 진출한다는 소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배할 비대면 산업에서 한국 IT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쿠팡은 중국 알리바바 이후 미국 증시 상장을 노리는 가장 큰 아시아 기업이다. 알리바바는 2014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250억달러를 조달했다.

쿠팡은 2010년 설립 후 4만여명의 배송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촘촘한 물류 네트워크로 ‘새벽 배송’을 넘어 ‘당일 배송’을 이뤄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혁신적 배송 실험을 하면서 누적 적자가 4조원대에 이른다. 이번에 글로벌 자본시장의 본산인 뉴욕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아 자금이 수혈된다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 상장을 계기로 2025년까지 한국에 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비전이 꼭 실현되기를 바란다.

쿠팡이 뉴욕으로 가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분명 자금 조달이 1차적 목표일 것이다. 뉴욕 증시는 전 세계 투자금의 70%가 몰리는 시장이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면 한국보다는 미국이 유리하다. 중국의 바이두·유쿠·알리바바도 미국 투자금의 힘을 빌려 큰 회사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금지된 차등의결권 획득도 뉴욕행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도 흘려들을 수 없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 등이 보유한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안정적 회사 운영을 뒷받침하는 장치다. 이번 결정으로 김 의장은 지분이 2%에 불과해도 58%를 보유한 것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국내 상법은 이런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위원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제를 가한다. 또 상장 기업 공모주의 20%를 우리사주에 배정토록 강제하는 조항도 있다. 쿠팡이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면 최대 11조원어치 주식을 우리사주 조합에 떼줘야 하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쿠팡의 뉴욕행에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며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들이 해외에서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 지원의 첫 걸음은 혁신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협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를 두는 이유다. 한국적 규제가 혁신기업을 해외 증시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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