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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판사는 무단녹취, 수장은 거짓탄로…신뢰 바닥난 사법부

2021년 2월 4일은 ‘사법부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사법부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이날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논란 끝에 이날 의결됐다. 이것만 해도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사법부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의 면담 녹취가 공개돼 충격을 더했다. 자신의 신상 관련 면담을 요청한 판사가 작심하고 그 내용을 몰래 녹취한 것이다. 그 바람에 사법부 수장은 거짓 변명이 하루 만에 들통났다. 불의와 거짓을 심판해야 할 사법부가 되레 그 당사자가 된 것이다. 이로써 사법부의 신뢰는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는 정치적 측면이 다분하다. 하지만 그 판단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비록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도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상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면 헌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문제는 임 부장판사와 김 대법원장의 법관답지 못한 처신이다. 특히 김 대법원장의 정치권 눈치 살피기와 거짓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것 자체는 그리 문제가 될 게 없다. 임 부장판사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면 형사 절차든, 탄핵 절차든 징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인사권자로서 사표 수리를 보류할 수 있다. 일반 공직사회에서도 이런 예는 많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당당하게 설명하고 반려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녹취 내용을 보면 김 대법원장의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거나 핑계를 대며 중언부언하는 비굴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더욱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는 말은 귀를 의심할 정도다. 사법부의 독립과 수장의 권위를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참담하고 안타까운 것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다. 김 대법원장은 정치권의 탄핵 논의를 의식해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탄핵’과 관련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말은 거짓으로 판명됐고, 김 대법원장은 ‘깊은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결코 한마디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닌 듯하다.

사법부가 바로 서지 못하면 나라의 근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사법부는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법부의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이 각별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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