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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北 원전 문건 논란…국민이 납득할 해명 내놓아야

정치권에 ‘이적행위’ ‘북풍공작’이라는 험한 말이 난무하는 걸 보니 선거가 임박했나 보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놓고 정치권이 일전불사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논란의 문건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산자원부 공무원 3명이 심야에 삭제한 530건의 파일 중에 들어 있는 것이다. 삭제 파일 중에 ‘60 Phojois(포흐요이스)’라는 폴더가 있었고, 이 폴더 안에 ‘북한 지역 원전 추진 방안’ 등 산업부 내부 검토 보고서로 추정되는 파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포흐요이스’는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한다. 이를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이적행위로 경천동지할 중대 사안”이라며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북풍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언급했다.

문건의 당사자인 산업부는 “북한 원전 건설 극비 추진은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을 내놨다. 남북정상회담 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6쪽 분량의 내부 검토자료일 뿐,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2018년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담긴 USB에는 에너지 협력과 관련한 내용은 있었지만 원전 건설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과연 산업부가 자체 아이디어로 검토했을까, 아이디어 수준이라면 감사 직전 일요일 밤에 기를 쓰고 지울 필요가 있었나, 굳이 핀란드어로 위장할 일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문건 생산에 상부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누구나 생길 수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사활을 건 상황이어서 북이 호응할 카드라면 뭐든 동원할 태세였기에 이런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북 원전 문건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문서 삭제로 논란을 야기한 원초적 책임이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산업부의 6쪽 문건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렵다”는 설명은 수긍이 되지 않는다. 삭제된 문서들이 언제, 어떤 성격으로 작성된 것인지를 소상히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겨운 마당에 소모적 공방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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