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환매가 중단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절반을 선지급키로 했다.

대신 투자자들에겐 형사 고소·고발을 제기치 않는다는 약속을 받는다. 투자자들은 사후 정산 결과에 따라 선지급 외에 추가로 돌려받거나, 받은 금액을 되돌려줘야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23일까지 독일 헤리티지 DLS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50%를 선지급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선지급 신청서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내년 해당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3월 50% 선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접수율 진행 상황에 따라 2차 신청서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독일 시행사 돌핀트러스트가 문화재를 매입한뒤 고급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구조다.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 대출펀드가 인수했고, 이를 토대로 DLS가 발행됐다. 신한금융투자가 3000억원 넘게 가장 많이 팔았고, 은행권 중에는 하나은행이 400억원대로 가장 많다.

연 7% 안팎의 수익률을 노리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현지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이 채무불이행에 따른 파산을 신청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달 독일 법원에서 저먼프로퍼티그룹의 파산이 선고돼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채권 신청은 이달 25일 마무리된다.

아직까지 접수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고객들이 해외에 거주하는데다, 앞서 선지급을 결정했던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와 마찬가지로 추후 형사 고소 및 고발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서다. 선지급을 신청하는 대신 하나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고객도 있다.

선지급금을 받았더라도 사후 정산은 또다른 관건이다. 만일 회수율이 50%를 웃돌면 고객이 추가 가액을 받을 수 있지만, 밑돌 경우 투자자들이 선지급분을 되돌려 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때문에 신청서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고객들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회수율은 시일이 지나야 알겠지만, 회수율이 50%를 넘기긴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회수율이 20~30%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를 받고 있다”며 “신한금융투자, 하나은행을 계기 삼아 다른 곳들도 투자자들을 위한 차원에서 선지급 결단을 더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 측이 선지급을 결정한 뒤 투자자들을 위해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라며 “23일까지 신청서 받는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전일(19일)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했다. 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