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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금융 외길…저축은행 고정관념 깬 ‘묘수 제조기’
“안쓰면 잊죠” 공무원 때부터 ‘메모광’
아이디어 떠오르면 곧바로 즉각 실행

20%→6%대 금리 상품 이미지 개선
2년후 중앙회 출범 50돌 ‘디지털 올인’

논리적 접근으로 당국 규제 완화 유도
높은 예보료 낮춰주고 기한 연장 제안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아이디어 제조기다. 그는 30년 이상 금융부문에서 쌓은 경력을 융합시켜 수많은 ‘금융 묘수’를 만들어 냈다.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항상 업무와 관련해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생각을 많이해요. 걸을 때나 운전을 할 때도 이런저런 구상을 하죠. 괜찮다 싶으면 잊지 않으려고 메모 합니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 중에 꽤 괜찮은 것들도 많아요”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아이디어 제조기다. 행정고시 최고득점자들만 갈 수 있는 재경직으로 공직을 시작할 정도의 ‘수재’인데다, 30년 이상 금융부문에서 쌓은 경력이 융합해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통섭형 인재’의 발언엔 범상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공직에서 자본시장 관련 경력이 상당했던 박 회장은 한국증권금융사장 재직 시절에는 증권사 대비 3분의 1 수준의 주식담보대출 상품을 기획하기도 했다.

당시 고금리 대출상품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주주 증권사들의 반대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신용융자 상품의 금리가 너무 높다고 지적, 금리 하향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 회장의 접근이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20% 대출금리를 6%까지=지난해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선출된 후 박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의 토대 구축이었다. 그래서 저축은행 대출은 비싸다는 고정관념 깨기에 나섰다.

“서민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저금리로 대출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그러면 리스크도 줄어들고 이미지도 개선될테니까요. 문제는 리스크 비용인데, 보증부 대출, 햇살론 그리고 사잇돌 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들을 활용했죠. 마침 금융위원회에서도 중금리 대출을 독려했는데, ‘우리가 앞장서겠다’고 나섰죠”

‘금융권 마당발’ 박 회장의 아이디어는 곧장 실행에 옮겨졌다.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지역 저축은행이 저축은행 특화 보증부 상품을 출시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들에게 더 낮은 금리로 사업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를 넘는 고금리 대출 위주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6~7%대의 중저금리 대출이 가능해졌다. 보증으로 위험률을 낮추면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굳이 높은 금리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박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박 회장은 경기도와 부산으로도 이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사 컨설팅으로 고객만족=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박 회장의 아이디어가 다시 빛을 발했다. 이번에는 ‘찾아가는 컨설팅’이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서민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주된 대상이었다. 저축은행 중앙회는 서민금융진흥원과 협업해 매장환경 분석과 매출 증대 방안, 경쟁업체를 분석해줬고, 세부적인 집기교체 및 도배 서비스도 시행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11월까지 150여곳에 대한 자영업 컨설팅을 진행했고, 연말까지 200곳으로 그 대상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컨설팅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만족도는 97.9%로 조사됐다.

▶깎아주면 더 오래내겠다…예금보험료 ‘묘수’제시=내년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진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영업과 수익에 부담요인이다. 소비자들의 제도권 금융 접근기회가 제한 될 것이란 우려에는 금융당국도 동의할 정도다.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저축은행의 조달비용도 낮아져야 합니다. 비용의 상당 부분이 예보료에요. 저축은행 예보료가 너무 높아서 공정경쟁이 안될정도입니다. 상호금융과 비교해도 너무 높죠. 예보기금 사정도 있으니 마냥 깎기 어려울 수 있어요. 저축은행 특별계정의 경우 예보기금을 쌓아야 되는 기한이 2026년까지인데, 이를 일정기간 더 연장하자는 제안을 해둔 상태에요. 2026년 이후에도 예보기금은 계속 적자일텐데 예보료를 조금 깎아주는 대신 좀 더 오래 낸다면 양측 모두 윈윈이 되지 않을까요”

예보료 인하는 저축은행 업계의 숙원 과제다. 정부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27조2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이를 갚는 방식으로 저축은행들은 예금 잔액의 0.4%를 예보료로 내고 있다. 이는 일반 은행(0.08%) 대비 5배 높은 요율이다. 예보는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인데, 박 회장이 요율을 낮추되 대신 기간을 늘리는 방식이 어떻겠느냐는 대안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도 정책을 해봐서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고민을 잘 알아요. 여러 주체들이 납득할만한 논리를 개발해서 정부나 감독당국이 규제완화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고 봐요”

▶디지털에 올인=박 회장은 취임 후 대형 금융회사 IT본부장 출신 전문인력을 영입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직원의 50% 이상을 IT 부문에 배치했고 예산 역시 절반 이상 IT 부문에 집중시켰다. 중앙회의 대표 애플리케이션(앱)인 SB톡톡플러스는 대표적인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이 앱을 사용하면 단기간 내 여러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한번만 본인 인증을 하면 모든 저축은행 계좌를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신원증명 간소화 서비스’는 금융위원회의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SB톡톡플러스를 통한 대출 규모는 4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2022년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박 회장 부임 후 중앙회는 ‘출범 50년, 미래 50년’을 모토로 미래 비전을 준비중이다.

“내년에는 저축은행 50주년 기념 기획단을 구성해 지난 5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50년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를 할 생각이에요.” 정리=홍석희·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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