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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신뢰와 신용

신뢰(信賴)와 신용(信用)은 비슷하나 쓰임이 서로 다르다. 한자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둘 다 믿는 건 동일하나, 신뢰는 대화(賴)를, 신용은 용처(用)를 근거로 한다. 둘 다 상대방을 믿는 것이지만, 신용은 믿음의 ‘근거’를 요구한다. 신뢰는 다르다. 신뢰는 그저 믿는 것이다.

실생활을 떠올려 보면 한층 차이가 명확해진다. 부모는 아이를, 아이는 부모를 신뢰한다.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신뢰한다. 연인은 상대방을 믿는다. 왜 믿는지, 근거가 무엇인지 필요하다면 그건 신뢰가 아니다. 심지어, “오늘은 술 안 마시고 일찍 올게”, “내일부턴 꼭 운동할게”, “이제 숙제는 알아서 할게”, 누가 봐도 믿기 힘든 약속조차 신뢰한다면 믿는 거다.

우린 부모를 아이를 배우자를 연인을 신뢰하지만, ‘신용’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믿음의 근거가 필요하다. 근거가 없다면 믿어선 안 된다. 신뢰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변하지 않을 대상에 쓰이지만, 상황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대상은 신용의 대상이다. 신뢰의 대상일까, 신용의 대상일까. 삶의 곳곳을 대입해 보면 의외로 고민될 지점이 많다. 친구는? 직장은? 정부는?

근거 없이 믿어도 될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의외로 삶 속에선 신뢰의 대상을 신용할 때 생기는 문제보다, 신용의 대상을 신뢰할 때 생기는 문제가 많다. 왜 믿는지 근거를 따져야 할 대상을 무조건 믿을 때, 문제는 커진다.

같은 맥락에서, 주식시장은 당연히 신뢰가 아닌 신용의 대상이다. 무조건 믿고 볼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을 보면 불안불안하다. 마치 ‘주식불패’ 신뢰라도 퍼진 듯하다. 빚투 규모는 이제 16조9000억원으로, 17조원에 육박했다. 정확히 1년 전만 해도 8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1년 사이 빚 규모는 2배 늘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무려 58조원이 몰렸다. 예·적금을 깨고서 1억원 투자해도 고작 5주를 받았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개장 첫날인 10일 ‘따상’으로 6만2400원까지 치솟았다. 증권가 카카오게임즈 목표주가는 3만3000원 수준이다. 첫날 주가 절반 수준이다. 58조원이 몰리고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는 급등한다.

주식시장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시장이 급락할 때마다 개미가 1조원 이상 투자하고,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58조원이 공모주에 쏠리는 현상은, 주식시장을 신뢰하는 걸 넘어서 신봉하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국내 투자자도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종목, 테슬라는 하루에 21% 폭락하더니 또 하루 만에 10.9% 급등했다. 하루 만에 10% 이상 급등락을 반복하는 건 그만큼 투자에 근거가 없다는 걸 방증한다.

코스피는 나스닥이 급락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나스닥이 4% 이상 급락할 때에도 코스피는 1%대 하락에 그쳤다. 기쁜 일만은 아니다. 그 배경엔 개인투자자가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가 대거 뛰어든 이후로 ‘주가급락 저가매수’ 전략은 계속 통용되는 흐름이다. 이젠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근거없는 믿음은 근거없는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신용해야 할 전략만 있을 뿐 신뢰해야 할 전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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