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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3년전 탈북과 올해 월북, 그는 새벽 2시에 움직였다
2017년 6월 18일 새벽 2시26분 개성에서 김포로 탈북
2019년 7월 18일 새벽 2시20분 김포에서 개성으로 월북
월북 탈북민 김모 씨는 배수로 안의 철제 장애물을 손으로 벌리고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동참모본부가 28일 밝혔다. 사진은 김씨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연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 통로.[연합]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정자 '연미정' 인근 배수로 전경.[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월북한 김모(24) 씨는 2017년 6월 18일 오전 2시26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해병 2사단 초소로 귀순했다. 3년 전 '개성→김포' 루트를 통해 귀순한 것이다.

개성시 개풍군 해평리에서 농장원으로 근무했던 김씨는 탈북을 위해 2017년 6월 17일 오후 8시 10분 해평리 월포해안에서 입수해 김포로 건너왔다.

귀순 장소인 조강리는 김씨가 월북 당시 군 감시를 피해 통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강화읍 월곳리)와 불과 6㎞가량 떨어져 있다.

현재까지 경찰과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18일 오전 2시20분께 택시를 타고 강화도 강화읍 월곳리에 하차한 뒤, 이후 만조 시간대에 맞춰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한강 물길을 따라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파악된다.

김씨가 이번에 월북할 때는 3년 전 귀순 당시 이용했던 루트가 아닌 새로운 루트로 월북한 것이다. 그 이유는 귀순 장소 인근에 해병 초소가 있어 월북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는 탈출 루트를 찾기 위해 월북 전날인 17일 강화군을 사전답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월북 때 남긴 소지품 중 가방 안에는 환전 영수증, 물안경, 은행통장 등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가 월북 전 필요한 자금을 환전하고 해당 지역 일대를 사전답사한 흔적인 셈이다.

김씨는 철책 밑 배수로의 낡은 이중 장애물을 손쉽게 빠져나간 뒤, 강 수위가 가장 높았을 때에 맞춰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한강을 건넌 것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김씨가 인천 강화도 월미곳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서 월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미정은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인 정자로, 인근 배수로는 철책 밑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물이 흘러나가도록 설치돼 있다. 배수로 내부에는 일자 쇠창살 형태의 철근 구조물이 1차 장애물 역할을 한다.

신장 163cm, 몸무게 54kg의 왜소한 체격인 김씨는 해당 철근 틈새를 손으로 벌려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확인된 철근 구조물은 상당히 낡은 상태이고, 일부는 틈새가 벌어져 있어 김씨가 통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철근 구조물을 지나면 2차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바퀴모양으로 된 윤형 철조망이 있는데, 이 역시 김씨가 통과했다. 이 철조망 또한 많이 노후화돼 왜소한 체구의 김씨가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 출석해 "장애물이 좀 오래돼서,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고 답했다. 이어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어 "월북 시점이 만조 때라서 (배수로 탈출 후) 부유물이 떠오른 상황에서 월북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머리만 내놓고 떠서 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월북 전후 행적은 군 감시장비에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해 김씨의 월북 전후 행적이 군 감시장비에 찍혔음을 시사했다.

통상 군 감시장비의 경우 운용병 등이 녹화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행적이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이를 놓쳤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군 경계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감시장비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부분에 여러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작년부터 보강을 많이 해왔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참은 김씨의 월북 당시 상황이 녹화된 군 감시장비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다.

군 관계자는 "지상·해상 경계 작전 실태를 점검하고, 취약요소를 확인해 보완하겠다"며 "감시장비 및 과학화 경계 시스템은 상시 가동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은 이번 월북 사건을 계기로 해병 2사단 지역(김포 반도~서측 도서) 경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국방조사본부와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이 경찰 등과 함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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