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인 ‘부동산’과 ‘사교육’에 과감하게 반기를 드는 자산운용사 대표가 있다. 버스를 타고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주식 투자’를 설파해온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다.

7월의 첫 날, 서울 북촌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존 리 대표를 만나 금융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금융문맹’은 질병…‘돈’ 배워야=미국에서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던 존 리 대표는 돌연 한국으로 돌아와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뛰어난 경쟁력과 잠재력을 가진 한국이 금융에 발목 잡혀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과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은 금융문맹률이 너무 높다. 80% 가량이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 금융문맹은 질병”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동학개미운동’이 증시를 달구자 주식 투자를 강조해온 존 리 대표도 다시 주목받았다. 그는 ‘존봉준’이라는 별명이 좋다면서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 없이 시작하게 된 것은 좋다”면서 “다만 빚을 내서 한다든가, 단기적으로 투기처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주식은 장기 투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단기적으로 가격을 맞춰 매매하려는 ‘마켓 타이밍’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보다는 기업의 재무제표, 영업보고서, 경영진의 자질을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부동산·사교육 말고 ‘주식’=존 리 대표는 부동산과 예금에 투자가 쏠리는 현상을 우려한다.

그는 “서울 일부 지역만 제외하고 부동산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파트는 비어 있고 상가도 다 비어 있다. 부동산은 레버리지 투자이기 때문에 이자를 생각하면 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사람들은 내가 혹시 뒤처질까봐 대치동에 가려 하고, 10억원이 비싼지 싼지 판단이 안 된다. 그런데 이제 아이를 안 낳는다. 대가족도 아니고 혼자 산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일만 남았다”고 진단했다.

사교육에 대해서도 차라리 그 돈으로 자녀에게 주식이나 펀드를 사주는 게 미래를 위해 낫다고 일갈했다.

▶양도소득세는 대부분 부과…펀드 차별은 반대=최근 금융세제 개편안과 관련, “양도소득세는 대부분 국가에 있다. 한국이 그동안 안 매긴 게 예외적”이라며 “다만 없던 세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연과세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펀드와 주식을 차별하는 부분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 ‘저평가’…“지금이 적기”=최근 증시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존 리 대표는 한국 주식이 여전히 ‘싸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초 퇴직연금제도인 401k가 나온 후 40년간 증시가 꾸준히 올랐다”며 “한국은 지금 너무 좋은 상황이다. 금융 교육과 국민연금의 투자가 뒷받침되면 미국처럼 증시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이 난리인 것도 한국 금융업에 엄청난 기회”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존 리 대표는 우선 ‘연금저축펀드’부터 가입하라고 조언했다. 또 개별 주식에 투자할 경우엔 카카오, 네이버 같은 플랫폼 업종과 헬스케어(건강관리)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바이오주에 대해선 오버슈팅 부분이 있고, 쉽지 않은 분야라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