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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대출이 20% 줄었다”…6·17규제로 위기에 빠진 아파트 계약자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6·17대책 반대 청원만 150여건 진행
새로 규제지역 지정되면서 대출 한도 줄어…계약 해지 위기
"위약금없이 계약 해지하거나, 기존대로 대출 해달라" 요구 봇물
6.17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현황[청와대 게시판 갈무리]

40대 직장인 A씨는 올 1월 조정대상지역인 수도권 한 아파트에 당첨됐다. 작년 12월 분양공고를 보고 청약해 당첨된 후 계약금을 냈다. 그런데 올 2월 2·20 부동산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 LTV(주택담보대출 비율) 기준이 60%에서 50%로 바뀌면서 대출 가능 한도가 확 줄었다. 그런데 이번 6·17대책으로 분양받은 아파트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편입되면서 LTV가 다시 40%로 낮아졌다. 분양 공고 때 보다 대출 가능한 금액이 집값의 20%나 줄어든 셈이다. A씨는 “청약할 때 예상하지 못한 집값의 20%나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며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납입된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소연했다. 그는 “의무거주 5년에, 전매제한 8년의 아파트에 당첨된 제가 투기를 했다고 규제대상이 됐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요즘 매일 이와 비슷한 사연이 여러 건씩 올라온다. 6·17부동산대책 이후 이달 2일까지 150여개의 청원이 올라와 건당 수백에서 수만명씩 동참하고 있다.

대부분 분양받은 지역 규제가 강화하면서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었고, 그 전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도 은행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이다.

지난 1일 올라온 직장인 B씨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B씨는 올해 초 인천 미추홀구의 아파트를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돼 분양받았다. 없는 살림에 높은 분양가가 부담이었지만, 집값의 70%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청약을 넣었고 당첨됐다. 그런데 이번 6·17대책 발표 후 상황이 달라졌다. 미추홀구가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LTV가 70%에서 60%로 줄었다. B씨는 “정해진 월급에 생활비 등을 고려해 겨우 중도금, 잔금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4000만원을 더 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그동안 꿈꾸고 계획한 미래가 한순간 사라진 듯해 좌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 사연도 있다. 요양보호사인 60대 C씨는 안성시에 공시가격 5000만원짜리 빌라에 살면서 또 다른 소형 빌라(공시가 4000만원)를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딸과 함께 살려고 이사를 했는데, 기존 집이 안팔려 월세를 놓고 있다. C씨는 최근 인근에 분양한 새 아파트를 청약해 당첨됐다. 기존 빌라를 어떻게든 팔고 대출을 받으면 깨끗한 새 집에서 딸과 함께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6·17대책으로 안성시가 갑자기 조정대상지역이 됐고, 다주택자인 C씨는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됐다. 대출을 못받으면 아파트 잔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포기해야한다. C씨는 “밤낮으로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어렵게 모은 돈으로 빌라를 임대줘 월세 몇십만원 받는 게 적폐세력이냐”며 “기존 주택을 팔 수 있는 시간이라도 달라”고 했다.

무주택자인 D씨는 며칠전까지만 해도 비규제지역이었던 곳에서 두 채에 대한 분양권을 가지고 있다. 서울 집값은 감당이 안되고, 경기도 인기 지역은 경쟁률이 높아 계속 떨어지다가, 최근 수도권 외곽 비규제지역 아파트에 부부가 모두 청약을 넣어 당첨됐다. 비규제지역은 부부 각각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고, 한 가구당 집단대출이 각각 60% 비율로 받을 수 있어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검단신도시스마트시티총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검단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연합]

하지만 그 때문에 재산상 큰 손실이 처해질 위기를 맞았다. 6·17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2개의 분양권 중 한 개만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D씨는 “나머지 한 개 분양권은 처분해야 하는데, 아직 전매가 가능하지 않아 계약을 취소해야 하는데, 위약금으로 계약금 전액을 날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가 만들어 놓은 제도에 따라 합법적으로 분양을 받고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사람들의 꿈을 일거에 짓밟았다”며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획득한 사람들을 투기꾼이라고 몰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6·17규제 이전 취득한 분양권에는 대출 등 모든 규정을 종전 대로 적용해 달라는 것과,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미 낸 계약금을 반환 받고 정당하게 포기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개별적인 온라인 청원을 넘어서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오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김현미장관 거짓말’이라는 검색어를 상위에 오르도록 한 게 이들의 움직임이다. 김 장관이 기존 계약자들에겐 새로운 규제로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했던 말이 거짓말이라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행동이다.

청와대 게시판과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반발하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언급한 내용에도 규제지역 확대로 대출이 갑자기 줄어든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네티즌은 “국민들이 이렇게 반발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과연 청와대 게시판을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박일한·이민경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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