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호진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두 배 가량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파트 분양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가 2014년 이후 6년 동안 서울 아파트 청약 자료를 집계한 결과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23.0대 1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당시(2014년 1월~2017년 4월) 서울 청약경쟁률 13.3대 1 보다 약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서울의 분양시장이 이처럼 과열된 이유는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기존보다 줄어든 반면 청약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9년 연말까지 3만1170가구가 공급되는데 그쳤지만, 1순위 청약자 수는 71만7879명에 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시절 3만9544가구보다 약 8400여 가구 줄어든 물량이다. 하지만 1순위 청약자수는 같은 기간 약 19만2000여명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신규공급 물량이 줄면서 1순위 청약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잠실아파트 전경. [헤럴드경제DB]

서울에서 공급이 줄어든 주된 원인은 기존보다 훨씬 강력해진 부동산규제 탓이 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서 서울의 신규주택공급에 발목을 잡았고 강남 재건축사업은 침체에 빠졌다.

게다가 2018년 서울 전역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분양시장으로 쏠렸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 아래 공급된 서울 아파트는 막대한 시세차익이 보증되는 ‘로또 아파트’ 로 불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분양가 상승폭도 커졌지만 서울 집값 상승률에 못 미친 점도 서울 분양시장의 흥행요인이다. 이전 정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평균 2185만원 선이었으나 문 정부 들어 2703만원으로 26.9% 상승했다.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분양가를 훨씬 웃돌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2017년 6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가격은 3.3㎡당 1967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 무려 44.6%나 올라 3.3㎡당 2845만원 선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기 입주 아파트와 새 아파트의 가격차이가 거의 사라지면서 저렴한 분양시장에 청약통장이 대거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청약경쟁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서울에서 분양시장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문 정부 초기 청약경쟁률은 한자릿수(2017년 10월~2018년 2월)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8년 3월 이후에는 매달 수십 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리얼하우스 김병기 분양평가팀장은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 동시에 무주택자에게 우선 청약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도심정비사업 규제 등 공급보다 수요를 옥죄는 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주택 공급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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