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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전쟁 이후의 백석, 김연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외

▶일곱 해의 마지막(김연수 지음, 문학동네)=동시대 소설 지형에서 견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가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이다. 전설적인 시인 백석의 행보를 다룬 소설은 전쟁 이후 북에서의 백석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58년 여름, 번역실에 출근한 ‘기행’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누군가 먼저 본듯 뜯겨 있는 봉투 안에는 러시아 시인 벨라의 시 두 편만이 들어있다. 그녀가 조선작가동맹 초청을 받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시를 번역한 인연으로 통역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그녀가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기행은 자신이 쓴 시 노트를 건넸다, 기행은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쓰라는 요구를 받지만 쓸 수 없었고, 다만 러시아문학 번역에 매달린다. 그렇게 북한에선 발표할 수 없는 시를 벨라에게 보냈던 것인데, 어떤 회신도 없다가 일 년이 지나 시 답신이 온 것이다. 뜯긴 봉투의 진실은 무엇일까. 김연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치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썼다.

▶디어 마이 네임(샤넬 밀러 지음, 성원 옮김, 동녘)=미국 미투 운동에 불을 댕긴 2015년 스탠퍼드대 성폭력 사건의 익명의 피해자 ‘에밀리 도’가 4년 만에 진짜 이름으로 털어놓은 그날과 이후에 대한 증언 에세이. 이 사건은 당시 목격자가 있었고, 현장에는 많은 증거가 있었지만 가해자 터너는 스탠퍼드 장학생에 전도유망한 수영 선수라는 이유로 징역 6개월형을 받았고, 그 마저 3개월 감형을 받게 된다. 보호관찰관의 보고서에 들어있는 ‘온건한 성폭력’이란 단어에 분노한 에밀리 도는 ‘피해자 의견 진술서’를 재판에서 낭독한다. 이 진술서는 버즈피드에 오르면서 11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주요 언론에 소개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사법시스템이 오히려 피해자를 주저앉히고 가해자를 보호한다는 진실을 밝힌 것이다. 밀러는 책에서 이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성폭력 피해자의 일상과 느낌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 집 안에서도 엄습하는 공포, 주위에 괜찮다고 말하고 아무일 없는 척해야 하는 고단함과 메스꺼움, 자신에 대한 의심, 경제적 어려움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짐 모리슨(제리 홉킨스·대니 슈거맨 지음, 김경진 옮김, 을유문화사)=60년대 록그룹 도어스의 프론트 맨 짐 모리슨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평전. 1995년 개정판을 번역했다. ‘롤링스톤’에서 20년간 에디터로 활동한 저널리스트 제리 홉킨스와 10대 때부터 도어스 밑에서 일한 매니저 출신 작가 대니 슈거맨, 두 전문가의 합작이다. 1980년에 처음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지금까지 2백만부 이상 팔렸다. 짐 모리슨의 짧고 강렬한 삶은 예술과 창조를 향한 낯설고 인상적인 궤적으로 남았는데, 저자는 짐의 삶과 신화의 이면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짐은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늘 노력했으며, 이를 위해 자기 자신 또는 예술과 타협하지 않았다. 짐은 예술가의 역량은 창조 뿐 아니라 수용의 역량에 있다고 봤다. 이를 키우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는 게 예술가의 의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짐이 늘 자기 표현에 목말라했음에 주목한다, 어려서부터 시에 빠져들고 영화를 공부한 이유도,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것도 자신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대중음악평론가인 번역자가 붙인, 앨범 커버 아트를 중심으로 한 친절한 설명의 해설과 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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