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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 여행 - 파68 잉글랜드 고전 라이 올드] 도버해협 옆바람 라운드 내내 심술...‘내 볼은 어디에…’ 블라인드 샷 짜릿
라이골프클럽 파4 16번 홀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

영국 런던에서 남쪽으로 2시간여 차를 몰아 내려가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라이(Rye) 골프클럽이 나온다. 첫 인상은 좀 실망스럽다. 코스 바로 입구를 따라 도로가 나 있어 차들이 달리고 언덕 너머에 있는 홀들은 아직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래된 클럽하우스도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다소 평범하게 시작하는 처음 두세 홀을 지나, 본격적인 바닷가 구릉지로 접어 든 후부터는 라이 골프클럽을 우습게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1895년 당대 최고의 골프 설계가였던 해리 콜트에 의해 18홀로 완성된 코스는 남북 방향으로 두 개의 루프로 되어있으며, 대부분의 홀에서 남서쪽 도버해협에서 불어오는 옆바람을 맞으며 나아간다.

이 코스의 특징은 의외성에 있다. 코스는 적당한 업 앤 다운을 갖고 있고 전장도 짧은 편이어서 다소 쉽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전반 홀들이 그렇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홀들은 더욱 짜릿해지며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레이아웃으로 골퍼들에게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잘 설계된 블라인드 샷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5개의 파3 홀들은 길고 도전적이어서 라이 골프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샷은 ‘파3에서의 두 번째 샷’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온 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면서도 홀 간의 흐름은 매우 자연스럽다.

코스는 6497야드 파68에 불과하다. 주어진 자연에 맞추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코스를 만든 듯하다. 모든 홀들이 재미있지만 그 중에서도 파4 440야드 4번 홀은 앞으로 다가올 즐거움을 예감하게 한다. 세찬 바닷바람 속에 양 옆으로 급격한 내리막인 페어웨이 위로 고원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티잉 구역 오른쪽을 향해 오르막 블라인드 티샷을 날려야 하는 핸디캡 1번 468야드 파4 6번 홀은 짜릿하며 티 박스 앞 도로를 가로질러 티샷을 하는 460야드 파4 12번 홀도 인상적이다.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거대한 모래언덕을 넘겨 블라인드 세컨드 샷을 날려야 하는 430야드 파4 13번 홀이다. 코스 가이드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린의 방향을 착각해서 엉뚱한 샷을 날리기 쉽다.

즐거움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물결치며 언덕을 오르던 페어웨이가 왼쪽으로 꺾어지며 사라지는 오르막 437야드 파4 16번 홀에서의 블라인드 티샷 또한 백미이다. 궁금증을 참으며 종종 걸음으로 페어웨이를 걸어 올라가, 볼이 떨어진 위치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페어웨이에 잘 안착했다 해도, 롱 아이언으로 정확한 내리막 샷을 해야만 작은 그린 위에 정규 온을 시킬 수 있는 도전이 남아 있다.

라이는 2020년 골프매거진 선정 세계 100대 코스 67위에 올랐다. 특이하게도 이곳에서는 최대 2명까지만 함께 라운드 할 수 있다. 3, 4명이 한 조로 라운드 못한다는 것이다. 동반자보다는 코스에 더 집중하게 하려는 배려로 보이는데 우리나라와 정반대라 흥미롭다. 홀로 또는 단둘이 18홀을 돌고 나면 런던 주변에서 가장 다시 가고 싶은 코스로 기억될 것이다.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골프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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