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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 여행 - 북아일랜드 로열 카운티 다운] 미국 이외 지역 ‘세계1위’ 코스...풍광에 취하고…어려워서 울고…
가시금작화로 뒤덮인 파3 4번 홀 전경. 멀리 모운산과 글리브도나드호텔이 보인다.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에서는 겨우 50㎞ 남쪽,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골프잡지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2020년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코스가 있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고풍스러운 클럽하우스는 꽤나 무겁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세계 1위 코스답게 약간 배타적인 느낌마저도 든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 코스는 로열 카운티 다운(Royal County Down) 챔피언십 코스다.

로열카운티다운은 1889년 올드 톰 모리스에 의해 18홀의 모습을 처음으로 갖춘 이래, 당대 최고의 골퍼였던 해리 바든과 유명 코스 설계가 해리 콜트의 개선 작업을 거쳐 오늘의 모습이 형성되었다.

이 코스의 어떤 매력이 세계 1위의 영광을 차지하게 했을까? 아마추어 골퍼가 이곳의 챔피언십 코스를 플레이하고 나면, 아마도 최소한 두 가지에는 동의할 것 같다. 첫째는 코스와 코스를 감싼 자연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것이고, 둘째는 코스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로열카운티다운은 아름답다. 무엇보다, 높고 장대한 모운산이 코스를 감싸고 있어, 흔히 낮은 구릉 지대에 있는 다른 링크스 코스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

해안을 따라 도는 전반 9홀에는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함께 거칠고 험하면서도 아름다운 모래 사구들이 사방에 펼쳐진다. 내륙으로 도는 후반에는 노란 가시금작화와 보라색 히스가 페어웨이 주변을 온통 뒤덮는다.

로열카운티다운은 정말로 어렵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특히 그렇다. 페어웨이는 여러 갈래로 나눠졌다가 합쳐지기를 반복하며, 아무런 규칙도 없이 높고 거친 모래 사구들 사이 빈 공간을 찾아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문에 티샷의 두려움은 공포에 가까울 정도다. 웨이스트 벙커처럼 보이는 모래 벙커들은 저절로 생겨난 듯 잔디와 모래의 경계가 모호하다.

로열카운티다운의 홀들은 아무렇게나 생겨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획해서 설계한 코스 같지가 않다는 얘기다. 어디로 갈지 종잡을 수 없다.

4, 5, 6번 홀의 페어웨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수많은 오솔길이 난 모습 같다. 사람이 정한 대신, 자연의 원래 모습 그대로 길만 낸 것 같다는 것이다.

또한 러프와 페어웨이의 경계도 있다 없다를 반복해 진행 경로를 예측하기 힘들다. 이때문에 가급적 캐디를 써야 한다. 돈 아끼려고 안 썼다가는 공만 수없이 잃어버리고, 유쾌하지 않은 플레이가 될 수도 있다.

모든 홀이 뛰어나기 때문에 굳이 시그니처 홀을 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위스의 명산 마터호른의 이름을 딴 거대한 모래 사구가 자리 잡고 있는 483야드 파5 9번 홀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이 모래 사구 높이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넘어가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수많은 개선 작업이 있었다.

지금은 클럽하우스에서 보이는 코스 전경을 위해 마터호른의 높이를 낮추고, 모래 사구도 직접 넘기지 않고 옆으로 살짝 돌아가도록 했다. 이상적인 샷이라면 코스 진행 요원인 포어 캐디(fore caddie)의 안내에 따라 페어웨이 정상을 넘겨 클럽하우스를 향하여 날리는 블라인드 티샷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다.

로열카운티다운에서는 코스 인근의 유서 깊은 슬리브 도나드 리조트&스파에서 반드시 1박을 해야 한다. 또한 이 곳의 오크&퍼시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시푸드 차우더와 립아이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 세계 최고 코스에 온 뿌듯함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골프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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