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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주의 빛 ‘산속 등대’…한국판 테이트모던 꿈꾸다
폐공장, 예술놀이터 변신 ‘산속등대 미술관’
전시·공연·체험관 가득 ‘창의력 발전소’로
호젓한 웰빙휴양·트레킹 만끽 ‘고산휴양림’
세계 최고 고려지 본향 ‘대승한지마을’ 등
완주 ‘BTS순례길’ 길목마다 감춰진 보석들
영국의 ‘테이트모던’처럼 폐공장을 재생해 예술, 체험교육, 놀이, 휴식 기능을 두루 갖춘 산속등대 미술관 전경. 굴뚝산업 시절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열정은 등대가 우뚝 선 이 복합문화공간에서도 예술적인 모습으로 이어진다. 입장은 무료이다.
닥나무를 손 가공한 한지가 유명한 대승한지마을
건강트레킹과 생태학습장, 자연오락, 휴양기능을 겸할 수 있는 고산자연휴양림

방탄소년단이 작년 여름, 휴식과 촬영을 겸한 ‘서머패키지’ 때 찾았던 ‘BTS 순례길’의 시작점은 새만금포항고속도로 소양IC 출구이다. 근처 전북체고 앞 갈림길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가면 완주 오성제, 아원고택, 위봉산성 등 ‘BTS포인트’를 만나는데, 이 순례길 시작점 오른쪽 산 밑엔 하늘 높이 솟은 붉은 기둥과 이 기둥 꼭대기 금빛 성화점화대 같은 것이 보인다.

바로 ‘한국의 테이트모던’을 꿈꾸는 폐공장재생미술관의 랜드마크 ‘산속 등대’이다. 소양IC에서 동쪽으로 7분만 가면, 만경강 발원지 밤샘 근처에 닥나무로 갑옷까지 만드는 ‘만능’ 한지(韓紙)의 본고장 대승한지마을이 있다. 또 BTS 멤버들이 비틀즈 처럼 사진 찍었던 창포마을 돌다리에서 서쪽으로 5분 가면 손때 묻지 않은 고산자연휴양림이, 동쪽으로 7분 가면 호남평야 젖줄의 원천수로 자란 대아수목원이 반긴다.

‘자연생태 좋은 곳에 문화예술이 꽃핀다’는 명제는 어김이 없다. 산속등대, 대승한지, 고산휴양림 등은 BTS순례길 사이사이 감춰진 보석들이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산속등대의 꿈= ‘버려진 시간 속 새로운 문화를 디자인하다’는 슬로건으로 지난해 5월 문을 연 산속등대미술관은 전시관, 미디어관, 공연장, 체험관, 예술놀이터, 휴식공간을 갖춘 가족 중심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입장은 무료.

‘ㅅ’ 모양의 정문에 들어서면 ‘자조, 협동,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빛바랜 문구가 크게 보인다. 제지공장이 문닫고도 2004년 이후 방치돼 있었는데, 기업인인 원태연 대표가 예술공간으로 재생했다. 일찌감치 교육부 진로체험 ‘꿈길’ 수행 기업이 되어, 공장에 청소년들을 초대해 흥미로운 과학체험, 금속예술과 관련한 재능나눔을 벌여왔기 때문에, 교육형 예술놀이터로서, 융·복합 다원예술의 산실로서, 이 미술관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옛 건물의 골격만 남긴 기둥과 보를 회랑으로 여기고 들어가면 예술적 감각의 카페를 만나고, 카페를 지나면 뒤뜰엔 굴뚝을 재생한 지름 3m, 높이 33m 산속등대의 위용이 장쾌하다. 옛 폐수처리장을 모네의 수련, 금붕어, 잉어, 개구리 등이 살도록 한 등대연못과 수생생태정원이 등대 좌우에 도열했다. 벙커놀이터를 만들려다, 산에서 양서류 등이 몰려들자 공사를 멈추고 ‘개구리놀이터’로 두었다.

그 옆엔 몸길이 7m인 흰수염돌고래 아들이 있고, 큰 공터가 보인다. 사연은 이랬다. 2년전 대한민국 바다엔 별을 사랑한 흰수염고래 모자(母子)가 있었다. 엄마는 늘 아들에게 “엄마와 떨어지거든 별빛 등대에서 기다리거라” 당부하곤 했는데, 아들 고래가 그만 ‘별빛 바다’를 헤엄치다 엄마와 헤어지게 된다. 그러다 별빛처럼 빛나는 등대를 발견하고 당도한 곳이 바로 산속등대였다는 것이다. 몸길이 33m인 엄마는 코로나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도착할 예정이다.

▶별을 사랑한 고래 엄마와 아들= 개관한지 넉달만인 작년 9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다시 한달 뒤 전북 건축문화상에서 금상을 받았는데, 고래 모자의 상봉은 제2개관에 버금가는 이벤트가 될 것 같다.

7600평의 대지 위에, ▷기상청과 함께 기상·기후전이 진행중인 기획전시관 ▷세계 현대미술 소장품전과 인종차별 반대를 예술로 표현하는 안보미 작가의 ‘根(뿌리)’ 드로잉전이 열리고 있는 상설전시관(아트플랫폼) ▷재처리시설을 콜롯세움 처럼 바꾼 야외공연장 ▷5개 테마 11개관으로 꾸며진 창의력 체험교육관 어뮤즈월드 ▷각종 장터가 열리는 별빛 광장 ▷반성의 마음이 갑자기 드는 거울의방 ▷남녀노소 함께 옛것을 체험해보는 청춘PX, 슨슨교복, 슨슨사격장 등을 갖추고 있다.

수선 장비를 손에 든 채 하루에도 몇 번씩 7600평 전역을 돌며 미래를 대비하는 원태연 대표는 “런던화력발전소를 재생한 테이트모던 처럼 국내외 관람객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주고, 밤길을 비추는 등대 답게, 테이트모던을 넘어, 청소년들의 창의력 발전소로 우뚝 서도록, 사명감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종이로 갑옷을 만들다= BTS핫스팟이 밀집돼 있는 소양면 일대는 건강한 닥나무를 손 가공한 한지가 고려~조선~대한민국 최고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려지의 본고향이다.

소양 대승 한지의 활용은 서예, 동양화 화폭에 그치지 않았다. 지갑(종이 갑옷), 지면(솜), 지혜(종이 신발), 지배자(종이 노끈으로 짠 옷), 당의(귀족여성의 예복)도 만들었다. 문필봉을 마주하고 선사유적까지 발견된 대승한지마을에서는 한지체험, 그네타기, 용머리과 가마를 이은 열차 타고 마을 구경하기 등을 하며 논다.

▶BTS촬영지는 돌다리, 고산휴양림 다리는 웰빙교= 청정식생속에 자란 한우가 맛있는 ‘고산의 산소통’, 자연휴양림은 건강트레킹과 생태학습장, 자연오락, 휴양기능을 겸하는 곳이다. 안수산 자락 여의도 3배 면적에 산벚,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수십만종의 수목과 야생화가 산다. 곧 천연수영장이 될 청정 계곡의 동편과 서편은 ‘웰빙교(橋)’가 잇는다.

개장한지 22년간 오두막과 팬션, 안전 산책로, 물놀이장, 야영장, 민속놀이터, 숲속에서 로프 타고 나무다리 건너는 에코어드벤처, 국내 최초의 무궁화를 테마로 한 식물원, 만경강 수생생물체험과학관 등을 자연과 조화롭게 꾸준히 확충했다. 올 여름에는 ‘한집 건너 입실’, 공동샤워장 폐쇄 등 코로나 대책을 마련해 더욱 호젓한 웰빙휴양과 트레킹을 할 수 있다.

2600여종의 4계절 화초와 수목이 건강한 피톤치트를 뿜는 대아수목원은 화전경작이 금지되면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 수십년 순결을 유지한다. 6~8월이 절정기인 백합꽃과 붓꽃류가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꽃과 나무 사이를 휘감아도는 옥수는 호남평야의 젖줄인 대아호의 것이다.

인생은 유한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등대 처럼 지켜주는 자연과 예술은 영원하다. 완주가 그렇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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