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태안여행②] 내파수도·가의-궁시-옹도의 갬성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태안의 섬들은 저마다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대부분 대한민국의 안녕, 안전한 국제교류, 어부들의 안전한 귀환, 본토 국민들의 건강, 해양생물의 안전 및 지속가능성과 관련 있다. 크게 편안한 곳이라는 태안의 지명과 무관치 않다.

가의도는 5070세대의 리웨딩촬영, 바다낚시, 육쪽마늘 종구 공급지, 기암괴석의 절경으로 유명하다.

▶태안의 섬들 안전과 호국 품었다= 태안 섬들의 면면을 보면 ▷국방의 의무, 구국과 사랑의 이야기가 담긴 섬(꽃지의 할아비, 할미바위섬) ▷대한민국 중남부 해안 최서단을 지키는 랜드마크 4개의 군도(격렬비열도) ▷본토 가까이에서 나라를 지키는 섬(신진도) ▷험한 서해중부 바닷길을 표류하다 긴급히 피난할 때 찾는 섬(내파수도) 등이 있다.

또 ▷바닷길을 잘 안내하는 섬(113년 역사의 등대를 가진 옹도) ▷작은 섬에 어부 보다 농부가 많아 건강한 식재료를 다방면으로 수확하는 섬(가의도) ▷새들이 편히 살던 구도심(낭도), 새로운 신도시 보금자리 섬(궁시도) 등등 모두 안전, 국방과 연관이 있다. 섬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훈훈한 서정이 흐른다는 것이다.

구석(둥근돌)으로 이뤄진 지역문화재 내파수도 300m 자연방파제는 선박들의 피난을 도왔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 곳을 국가문화재로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비의 섬 내파수도= 안면읍 승언리에서 배로 1시간 남짓 걸리는 내파수도는 얼핏 미국지도의 축소판 같다. 플로리다 반도가 미국은 남동쪽 알리바마에 붙었지만, 내파수도의 긴 꼬리는 동쪽 가운데 뉴저지쯤 되는 곳에 붙어 본토의 남북길이에 맞먹는 300여m나 뻩어나갔다. 넓이는 20~40m이고 모두 동글동글한 돌로돼 있다.

수천년 파도에 씻기고 깎이면서 공처럼 변해 구석(球石)이라 불리는 이 300m짜리 자연방파제의 돌은 배가 접안할 때 배의 밑바닥을 자연스럽게 굴려주며, 배가 상하기 않고 접안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 손 때 하나도 묻지 않은 이 구석방파제의 돌은 한때 수출되기도 했다가 금지됐으며, 오래전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곳이라 국가 지정 문화재로서도 손색이 없다. 남쪽에 새끼 같은 외파수도가 있는데, 파수는 물결들이 합쳐진다는 뜻이다. 파도가 모이듯, 힘겨운 항해를 하던 배가 모인다.

구불구불한 해안선 길이가 2.2km에 불과한 이 작은섬에 해양편의시설이 없어도 이 구석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표류하던 어선과 상선이 대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광어, 우럭이 잘 잡히는 바다낚시터로도 유명하다.

꽃지

▶놀라운 보존, 400살 안흥성= 나라 지키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꽃지의 할미바위섬과 귀환중인 할아비바위섬은 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보는 지점에 따라 어떨 땐 포옹하고 어떨 땐 한 몸이 되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섬으로 가는 배는 태안반도 내 또 하나의 반도 근흥면의 안흥항에서 많이 출발한다.

안흥은 왜구 등 침입자들을 제압하거나, 국가 조운선의 빈틈없는 한양행, 표류하는 국내외 선박의 안전을 담보하는 수군의 요새이고, 이 군 부대는 바로앞 신진도까지 촘촘히 포진한다.

안흥성은 북벌을 다시 주창했던 효종이 1655년 축성했다. 동서남북 성문과 성의 모양새가 가장 온전히 보존된, 국내 몇 안되는 성이다.

안흥항과 신진도는 요즘 어선과 도서 탐험 유람선으로 북적인다.

안흥성 신진도 폐가에서 발견된 군적부는 수군과 보인의 인적사항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편제가 나와있지만, 이 문서는 군포를 걷기 위한 명부라고 했다. 보인은 군역 사는 사람의 가정 경제를 돌보는 이웃집 장정이다. 이를테면 두 집 합쳐 한 집 분의 군포만 납부한뒤, 한명은 군역을, 한명은 보인이 되는 삼정의 문란 중 악질적인 인징 사례이다. 탐관오리들이 자기 이득도 챙기고 백성들에게 병역 의무도 시키는 탐욕을 부린 것이다.

▶신진도에서 발견된 군적부= 이순신도 고흥(발포진) 수비총책으로서 역임했던 ‘만호(萬戶)’는 이름대로 1만세대를 지키는 수장인데, 해안선 전체 둘레가 7k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 신진도에 만호청까지 있었으니, 이 지역의 군사적 의미는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신진도에서 슬프지만 열심히 살았던 지역수군의 삶을 담은 문서가 발견됐다. 탐욕적인 관리들이 멋대로 설정한 군포(군역 면제 조건으로 내야하는 베)를 반 밖에 내지 못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 집 장정은 군역 살고, 한 집 장정은 군역하는 이웃의 가정경제까지 책임지는 이른바 ‘인징(隣徵)’, ‘동징(洞徵)’ 즉 삼정의 문란 시절 군적부가 어느 폐가의 벽지로 발라져 있는 것이 확인돼 화제가 됐다.

가의도 마늘밭과 마을 풍경
육지사람이 궁금했던 가의도 누렁이가 높은 담에 발을 디딘채 환영하고 있다.

▶가의도 육쪽마늘 of 마늘, 바다낚시터= 코로나 거리두기가 한창이라, 일행은 가의도 가는 배를 모항항에서 탄다. 어머니의 품처럼 둥그런 모양새인데, 요즘 비교적 안전여행으로 알려진 캠핑족들이 찾는다고 한다. 모닥물용 장작까지 수퍼에서 판다. 유람선이 가의도에 도착할 때까지 약 30여분 동안 죽도, 부엌도, 목개도, 정족도 등이 반긴다. 소형선박의 선착장은 계단식인데 조수차 때문에 계단이 푸른해초로 덮혀있다. 썰물 때 가면 눈 내린 계단처럼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바다낚시터, 중년-노년 부부의 ‘백년해로 리웨딩’ 촬영지롤 서서히 명성을 더해가는 가의도의 메인빌리지 굿두말은 암소품에 안긴 듯 편안한 구릉지에 형형색색 착상해 있다.

누가 봐도 실하다는 느낌의 육쪽마늘이 장하게 뿌리내린 이 섬은 한국 최고 마늘의 종자, 즉 종구(種球)를 생산한다. 마치 서삼릉 옆 종마목장이 최고경주마 키워내듯 말이다. 군청에 종구를 주면, 서산 태안 농민들이 소비자용을 생산해 전국에 공급하게 된다.

가의도의 계단형 제2 선착장은 초록색 수초로 덮여있다. 배에서 내릴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색다른 운치를 자아내는 이곳에서 한가로이 바다낚시 하는 사람도 있다.

▶솔섬의 매력, 유조선 무역선 엄호하는 갈매기떼= 고개넘어 남쪽 선착장에 이르면 이 섬의 해상 랜드마크 솔섬이 반긴다. 멀리 조선백자가 누워 반쯤 물에 잠긴 듯한 옹기섬이 앵글 미학에 가세한다.

섬 동쪽 신장벌 해수욕장에는 백사장 고운모래 만큼이나 유명한 사자바위, 독립문바위(아기 업은 코끼리바위)와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가의도에서 옹도, 흑도를 지나 궁시도로 향하는 길은 본토와 멀어지니 섬들이 많지 않고, 무역선, 유조선과 이들을 쫓아가다가 돌아나오는 갈매기들의 자존심 건 단체비행이 눈에 띈다. 태안앞바다에서 사고 없이 무사 운항하라고 감시하는 듯 하다.

유조선 옆 갈매기 부대의 단체비행

▶갈매기 신도시 궁시도, 수천 괭이鷗의 환영-환송식= 여행자를 태운 유람섬이 궁시도에 접근하면 푸른 창공을 가득 메운 수천마리 괭이 갈매기들이 일제히 흥분한다.

태어난 곳으로 반드시 돌아와 후손을 낳는 괭이 갈매기들은 사람들이 잠시 하선한 뒤 섬을 감상할 때엔 자숙하는 듯 하지만, 도착할 때와 떠날때엔 엄청나게 아우성을 친다. 부부생활을 방해말라는 항의시위 같기도 하고, 우리만 있었는데 사람도 오니 반갑다는 뜻인지, 인간들로선 환영-환송의 빅 세레모니라 여긴다. 흥분한 갈매기 분(糞) 낙하 주의. 탐험대 20명, 20분 체류 중 맞을 확률 1/20.

난도는 괭이갈매기 구도심, 궁시도는 신도시이다.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인데, 태안 사람들이 절제된 어로와 지속가능한 보존 마인드가 괭이갈매기들에게 오히려 신도시 개척의 기회까지 준 것 같다.

궁시도는 새로운 괭이갈매기의 낙원이 되었다.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가족여행 가야할 이유

괭이갈매기는 일처일부제이고, 부부공동육아제인데, 이는 그들의 본능이다.

한 암컷-한 수컷이 평생 사랑과 의리로 살아가기에 인간사회처럼 치정에 의한 수많은 사건사고가 당연히 없다.

양성평등에 기반한 가사노동분담이 본능적으로 이뤄지기에 경제적, 성격, 관계 상의 이유로 가정을 해체하는 일도 없다.

가정사 고단하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괭이갈매기들의 보금자리로 가족여행을 다녀오시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궁시도 수천마리 괭이갈매기의 우렁찬 환영-환송 아우성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온갖 여행보물들이 밀집된 안면도에는 한서대가 운영하는 패러글라이딩, 경비행기 체험장도 있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