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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또 다른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하틀랜드’

경찰의 무릎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죽자 미국이 분노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부당한 일들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공적 의료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취약한 계층,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도 무시하기 어렵다.

‘하틀랜드’(반비)는 ‘미국 시골 백인 빈곤 여성’이라는 또 다른 미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다. 시골, 백인, 빈곤, 여성이라는 4개 층위가 만나는 지점에서 저자 세라 스마시 하버드 케네디스쿨 펠로우 교수는 캔자스 빈농 출신으로 자신이 겪은 가난의 고통스런 문제들을 증언하고 분석한다.

저자는 가상의 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국가가 어떻게 지역민들을 이용하고 방치했는지 들려준다. 스마스 선조는 1880년대 개척시대 캔자스 평원으로 이주한다. 국가가 개척자란 타이틀을 붙여 선전하며 이주를 권장했으나 땅은 척박하고, 눈보라와 가뭄, 원주민과의 싸움으로 죽거나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다. 땅에서 조금 이윤이라도 거둘 만해지자 산업화로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시작돼 1910년대에는 절반가량의 카운티에서 인구감소가 시작된다.

1950년대에는 농업기계화로 대규모 밀경작을 하면서 소득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1970년대 땅값이 오르자 은행이 농장의 생산성을 담보로 농지저당융자를 시작했는데 80년대 땅값이 떨어지자 담보가치 하락과 함께 대출이자가 치솟아 많은 족농장들이 줄도산한 것이다. 이 시기에 태어난 저자는 타운에 있는 백화점 둥 주변의 것들이 하나하나 문을 닫는 걸 목격하게 된다.

저자는 선조들의 이야기부터 화학약품에 중독된 아버지, 트랙터가 미끄러져 깔려 죽은 삼촌, 유독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얘기를 유려한 문체로 들려준다. 아이들은 담배 연기와 싸구려 집 벽에 사용된 유독성 본드, 농장에서 흘러온 물이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 질산염이 들어간 물을 마시고 비행기에서 공중 살포한 농약을 흡입하는 등 몸에 이상을 느끼지만 무엇이 잘못된 지 알지 못한 채 자란다.

가난은 심리적 위험 뿐 아니라 죽음의 위험도 초래하는데, 특히 보험이 없어 병원을 이용하기 힘든 이들은 신이 부르기 전에는 살아남는다는 믿음, 정신의 힘으로 버틴다.

여성들의 상황은 더 나쁘다. 대체로 10대에 임신을 하고 학업에서 멀어지고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해 임시직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생활 속에 마약과 폭력, 술과 담배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

저자의 가난 보고서는 미국에서 왜 빈곤층 사람들이 보수당을 지지하는지, 진보적인 빈민구제 정책들이 왜 가난한 이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들려주는데, 개인적인 고백이면서 학자의 엄정함을 놓치지 않고 가난을 수치심으로 징발하는 사회를 고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하틀랜드/세라 스마시 지음, 홍한별 옮김/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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