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안먼 시위 31주기를 맞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두번째)이 당시 시위 주역 4명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시위 주역들은 미국이 중국에 인권 문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 국무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31주기를 맞아 당시 시위 주역을 면담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놓고 중국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인권·민주주의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왕단과 쑤샤오캉, 리안 리, 헨리 리 등 4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이 1989년 6월 4일 중국 공산당이 잔혹하게 진압한 영웅적 민주화 시위 참가자라고 소개했다.

40여분간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주로 시위 주역들의 발언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민주주의를 갖도록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2단계 무역협상에서 노동법과 인터넷 규제 완화 등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또 미국이 중국 정부가 아닌 중국 국민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이 이들 4명과 함께 찍은 기념촬영 사진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 톄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30년이나 지난 지금도 밝혀지지 않은 실종자와 사망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톈안먼 시위는 소련과 동유럽의 억압받는 이들이 민주적 변화를 요구하고 성취할 수 있는 영감을 줬다”면서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는 억압적 통제와 잔혹성으로 살아남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인권과 자유,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정부를 계속 열망하는 중국인들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관영 언론을 동원해 미국의 행보를 비판했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에 “현재 미국은 1989년 당시 중국의 질서 회복이 중요하다는 것은 입증하고 있다”면서 “1989년 중국의 질서 파괴는 현재 미국보다 더 심했다”고 밝혔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사망한 뒤 격화하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톈안먼 시위와 동일 선상에 놓고 톈안먼 시위 무력진압을 정당화한 것이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