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일한의 住土피아] ‘갭투자’ 늘었나 줄었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를 분석한 결과다. 정부는 2017년 9월 이후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집을 살 때 이 계획서를 내도록 했다.

여기엔 전세 보증금승계 여부와 입주계획을 표시해야 한다. 보증금을 승계한 경우가 갭투자다. 이 자료를 보면 올 1~4월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매매 사례 중 보증금을 승계한 경우가 2만건이 넘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강화된 12·16대책 이후에도 집값이 오를 지역은 전세를 끼고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이야기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최근 열린 ‘헤럴드부동산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5개월 간 12만5000여건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51%가 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였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갭투자는 집값이 오를 때 증가한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야 늘어나는 게 갭투자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없으면 각종 세금 등 비용을 내면서 굳이 자기가 살지도 않는 집을 매수할 이유가 없다. 갭투자가 늘고 있다는 건 여전히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자료엔 ‘갭투자’ 추이를 추정할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다.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율 지표 변화다. 자가보유율은 말 그대로 자기 집을 가진 가구 비율이다.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 자가보유율은 높아진다. 자가점유율은 자기 집에 살고 있는 비율이다. 자가점유율도 집값이 뛰는 때는 상승하지만, 대출 여건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자가보유율은 자가점유율보다 항상 높다. 자기 집을 가졌지만 살지 않는(혹은 살지 못하는) 가구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나 월세를 끼고 집을 사는 형태다.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율의 차이는 대부분 갭투자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투자 목적이 아닌데, 집이 있어도 살지 않는 가구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기준 자가보유율(61.2%)과 자가점유율(58.0%)의 차이는 3.2%로 2018년(3.4%) 보다 소폭 줄었다. 수도권 기준으로 차이가 조금 더 난다. 지난해 수도권 자가보유율(54.1%)과 자가점유율(50.0%)의 차이는 4.1%로 전년(4.3%) 보다 감소했다. 전국이나 수도권 기준 모두 임대를 끼고 집을 보유한 규모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차이가 가장 많이 벌어졌던 때가 2010년이다. 2010년 전국의 자가보유율(60.3%)과 자가점유율(54.3%)의 차이는 6%나 됐다. 그해 수도권 기준으론 자가보유율(54.6%)과 자가점유율(46.6%)의 격차가 8%나 벌어졌다.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율 차이는 2010년 이후 2016년까지 계속 줄었다. 2016년 전국 기준으론 3.1%(자가보유율 59.95%, 자가점유율 56.85%), 수도권 기준으론 2.9%(자가보유율 52.7%, 자가점유율 48.9%)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2017년에 갑자기 상승한다. 전국 기준으론 3.4%(자가보유율 61.1%, 자가점유율 57.7%)로 소폭 높아졌지만, 수도권에선 4.5%(자가보유율 54.2%, 자가점유율 49.7%)로 1.6%포인트나 급등한다. 수도권 주택시장에 ‘갭투자’ 열풍이 분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정부가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등 다주택자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율의 차이는 다시 줄어들고 있다.

종합하면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로 확인할 수 있는 투기과열지구 등 인기지역엔 갭투자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인기 지역엔 어떻게든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지만, 전체 주택시장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