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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경의 현장에서] 강남 때렸는데…실수요자가 곡소리?

“정부가 강남만 잡으면 된다고 했는데, 왜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진 건가요?”

최근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신혼집을 구하는 직장인 장모(34) 씨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6억원 이하로 진입할 수 있었던 단지의 호가가 5000만~1억원가량 뛰었다. 얘기를 듣던 공인중개사도 “최근에 가격이 안 맞는다며 발길을 돌린 손님이 4명 정도 있었다”고 거들었다.

당장 집이 필요한 실수요층이 체감하는 집값은 더 올랐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대표적인 게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의 실종 사태다. 시장에서는 통상 중저가 아파트의 기준을 6억원 이하로 본다. 비규제지역 6억원 미만 아파트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낼 필요가 없는 데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대출 기준이 시세 6억원 이하(LTV 최대 70%·3억원 한도)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이 길지 않은 20·30대가 부모 도움 없이 집을 살 때 이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6억원은 마지노선처럼 여겨진다.

문제는 해당 매물이 ‘귀한 몸’이 됐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말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조사 대상인 124만여가구의 57.5%(71만3537가구)에 달했지만 올해 5월에는 30.6%(38만2643가구)에 그쳤다. 광진·용산·중구는 지난달 기준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1000가구도 남지 않아 중저가의 소멸을 알린 자치구로 꼽혔다.

KB국민은행의 주택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2분위(하위 20~40%) 아파트 평균가격은 지난달 6억3773만원으로, 1월보다 8.1% 올랐다. 특히 2월에는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가격대별로 선을 그어 규제한 영향이라는 데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거의 이견이 없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9억원·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출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수요가 그 아래 가격대로 몰렸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규제가 적은 중저가 단지는 고가 단지와 ‘갭 메우기(가격격차 축소)’를 본격화했다. 시장에서는 특정 구간에 규제가 집중되면서 이를 피해간 구간은 집값 상승을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6억원에 살짝 못 미치는 주택은 ‘싸다’는 시각도 강해졌다. 진작에 집을 사지 못한 실수요층의 불안은 이런 인식을 더 굳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공급이 더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규제가 덜한 데다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매물을 굳이 낮은 가격에 내놓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만난 한 전문가는 ‘시장의 오해’가 더 짙어지고 있다고 봤다. 가격 규제가 초고가 단지의 가격을 내리려는 것인지, 중저가 단지의 가격을 올리려는 것인지 애매해진 면이 있다는 시각이다. 정부가 줄곧 ‘실수요자 보호’를 외쳐왔는데도 정작 서민·중산층이 내 집 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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