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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로 몰리는 국내 금융사…회장들 “출혈경쟁 말자”
경쟁적 영업확장 부작용
주식 값 본사보다 비싸
위기발생시 도미노 우려

지난 25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글로벌 사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 양해각서(MOU)는 보통 뭔가를 ‘같이 하자’는 뜻이지만, 이 날은 좀 달랐다. ‘다투지 말자’는 게 핵심이다. 이번 협약에는 ‘과당경쟁을 지양한다’는 대목이 들어갔다.

이른바 ‘신남방’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에서는 그야말로 한국 금융사들이 ‘바글바글’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들이 나라 밖에 낸 점포는 195곳이다. 이 가운데 69.2%(135곳)는 아시아권역이다. 베트남에만 우리나라 은행 점포가 19개가 몰렸다. 중국, 인도(16개), 미얀마(14개), 홍콩(11개), 캄보디아(10개) 등은 국내 은행들이 진출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은행을 포함해 금융그룹 내 계열사로 따지면 밀도는 더 높아진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에서는 우리 금융회사 끼리 경쟁을 벌일 정도다.

인도네시아에는 신한·하나금융이 각각 43개, 72개 지점(은행, 캐피탈 등)을 거느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2014년 현지 소다라은행을 인수했고 현재 157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진출 초기엔 현지법인, 지점을 늘리던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은 이제 현지 금융사 인수합병(M&A), 지분 매입 등으로 진화했다. 기존에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현지 고객들을 직접 겨냥한 리테일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비슷한 전략으로 경쟁하다보니 ‘출혈 경쟁’도 벌어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몇몇 은행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의 현지 금융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 순자산비율(PBR)의 3배 가까이 지불한 사례가 있다”며 “지나치다는 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은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전략투자자(SI)로 지분 15%를 사는데 1조148억원을 지불했다. 덕분에 BIDV 자본은 전년 말 2조7245억원대에서 3조8826억원(100동=5원 )대로 급증했다. 순익과 배당을 고려할 때 지분 15%를 확보하면서 자본을 40% 가량 늘려준 셈이다. 하나금융은 1조원을 넘게 투입해 130억원 가량의 배당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74조4979억원에 순익 4274억원 낸 BIDV의 최근 시가총액은 약 8조원이다. 자산 421조원에 순익 2조4256억원으로 덩치가 5배 이상 큰 하나금융지주의 시총과 비슷할 정도로 밸류에이션이 높다. 유통주식수가 밸행주식의 채 5%도 안된다. 정부의 허가가 없으면 하나금융의 보유지분은 유동화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런데다, 코로나19까지 발발하면서 국내 금융사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코로나19는 선진국의 공장역할을 해온 신흥국 경제에는 치명적일 것이란 평가가 많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아직 (국내 은행들은) 해외에서 경쟁력이 약한데 투자 사업, 인수합병 등에서 우리끼리도 경쟁하니 결국 제살깍아먹는 셈”이라며 “서로 힘을 합쳐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며 해외 사업을 공동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이다. KB금융은 신한금융과 경쟁구도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비중을 줄이기 위한 외연확장이 절실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윤종규 KB금융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성균관 대학 선배다. 조 회장에 이어 금융지주간 ‘평화협정’을 이끌어 낼 수 인물로 평가된다. 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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