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라이프칼럼] 자생력과 지원금

# 1. “혹시 또 받으셨어요?”, “뭘요?”

“이웃 할머니께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는 재난지원금 말고 또 받았다고 하시길래 궁금해서 전화드린 거예요.”, “…”

아마도 필자에게 전화를 한 이는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뭔가 잘못 들었거나 착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 농촌에서도 이런저런 지원금을 받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필자도 며칠 전 “면사무소 복지회관에서 군 지원금과 직불금 신청을 꼭 하시라”는 친절한 메시지를 받았다.

# 2. “혹시 지원 혜택은 들어가 있나요?”, “어떤?”

“교육생들이 다들 귀농 지원책에 관심이 많아서요. 강의 자료에 그 내용을 추가해주셨으면 합니다.”, “…”

코로나 사태로 완전히 끊겼던 귀농·귀촌 강의 요청이 최근 들어 재개되니 농부이자 강사인 필자 입장에서는 반색할 일이다. 그런데 귀농 지원책 부분은 꼭 넣어 달란다. 필자가 신문 등에 쓰고 있는 칼럼 중에서도 귀농·귀촌 지원책, 부동산 재테크 등의 내용에는 조회 수가 배 이상 급증한다.

두 가지 상황에서 보듯이 귀농·귀촌은 물론이고 그 바탕인 농업·농촌에서도 핫이슈는 단연 돈, 특히 지원금·보조금이다. 솔직히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열심히 교육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느림의 미학(시골생활), 생명산업(농업)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기보다는 각종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 충족을 위해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00시간 이상 귀농·귀촌 교육 이수’는 필수조건 중 하나다. 기존 농업·농촌의 판 자체도 이미 변질된 지 오래다. 각종 지원금·보조금은 여전히 ‘눈먼 돈’이요, ‘못 먹으면 바보’소리를 듣는다.

최근 봄비가 자주 내리니 농작물이 쑥쑥 자라는 모습이 하루가 다르다. 필자의 밭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농작물은 옥수수다. 그런데 옥수수 재배법이 일반적인 방법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두둑에 제초용 검정 비닐을 깔지 않는다. 화학비료도 주지 않는다. 또 모종 아닌 씨앗을 직접 파종하는데, 특별한 점은 불룩하게 솟은 두둑의 맨 위쪽이 아니라 두둑의 아래쪽, 그러니까 고랑 쪽에 씨앗을 넣는다.

이후 싹이 나와 새끼손가락 정도 올라오면 1차 김매기를 한다. 두둑의 흙을 긁어내려 고랑 쪽 어린 옥수수에 북주기를 하면서 동시에 어린 풀들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를 세 차례 정도 해주면 어느덧 옥수수는 자신의 키를 훌쩍 키워 스스로 풀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공생한다.

필자의 독특한 옥수수 재배법은 자생력의 맛을 얻기 위함이다. 애초 고랑 쪽에 씨앗을 넣어 뿌리를 깊게 내렸기에 가뭄에도 탈이 없고 장마와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또한 풀과의 경쟁과 공생을 통해 차지고 달착지근한 옛맛을 선물한다. 인위적인 투입과 보호로 키운 옥수수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자연의 맛이요, 자생력의 맛이다.

농작물이든 사람이든 자생력부터 키워야 풍성할 결실을 기약할 수 있는 법이다. 극심한 가뭄 때는 인위적으로 물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자생력이 없다면 물을 주어도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는다.

귀농·귀촌과 농업·농촌에 대한 지원책은 물론 코로나 지원책 또한 자생력을 키우는데 목적을 두어야 함은 자명한 이치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