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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간 229만명 사건 처리…야근에 ‘쪽잠’ 자는 형사부 검사들의 일상
특수수사 사건 주목받지만…검찰 사건 대부분 형사 사건
“격무지만 사건처리 보람”…반지·황두평·이상미·윤동환 검사 인터뷰
검개위, ‘형사부 검사’ 우대 개혁안…역량 평가 기준 관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대검찰청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2019 검찰연감’에 따르면 검찰이 2018년 기소·불기소·보호사건송치 등으로 해결한 사건 처리 인원은 229만52명이었다. 전국의 전체 검사 수가 2100여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한 해 동안 검사 1인당 1000명 이상의 사건을 처리한 셈이다.

최근 ‘주요 사건’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건 전직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을 구속한 ‘특수수사’ 사건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검찰이 처리하는 사건의 절대 다수는 일반인이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이다

나날이 쌓이는 사건 속에 형사부 검사들에게 쪽잠과 야근의 반복은 ‘평범한 일상’이다. 대검 형사부가 선정한 1분기 우수 검사인 반지(39·사법연수원 37기) 광주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1시에 퇴근한다”며 “여조부 검사들의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성범죄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여조부의 경우 재판에 넘겨지는 피의자가 많고,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부착 명령 등 각종 부수처분과 영장, 압수물 처리 등 수사지휘 사안도 많아 야근이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박사방’, ‘n번방’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성착취물 사건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황두평(38·44기) 인천지검 여조부 검사도 “미제사건 기록 검토 후 새벽 1시반쯤 퇴근해 하루 4시간 정도 자고 다시 출근한다”고 했다.

형사부 검사들은 아침에 출근해 전날 배당받은 사건 기록을 검토하면서 당일 처리해야 할 사안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과 중에는 공소장·불기소결정서 등 사건 처리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수사 중인 사건 관계인을 조사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일과 시간이 지난다. 미제사건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 일과 중 마치지 못한 업무는 저녁과 밤 시간에 집중해서 들여다본다. 업무량 자체가 많다는 것이 이들에겐 업무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하지만 반복된 격무에도 사건 처리 후 느끼는 보람은 크다. 이상미(39·40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 검사는 “인터넷 물품 사기 사건으로 소년범을 구속 기소한 후에 공판부 검사로 법정에서 다시 만난 일이 있다”며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책 한 권을 건넸는데, 매일 일기를 쓰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다는 편지를 받고 뿌듯했다”고 했다. 윤동환(48·34기)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부부장검사는 “보이스피싱 사건들이 많이 송치되는데, 혐의없음 의견으로 온 피의자를 기소하거나 기소 의견으로 온 피의자를 불기소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엄단하면서도, 억울한 피의자가 없도록 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기, 보이스피싱 모두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다. 이 검사는 “국민 생활에 밀접한 사건을 해결하며 차곡차곡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소신과 사명감으로 살 수 있도록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사장 등 기관장을 기용할 때 형사·공판부 경력 검사를 60% 이상 임용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검사 인사제도 개혁’을 권고했다. 검찰 내에선 취지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다.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형사·공판부 검사들을 인사에서 더욱 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형사부 검사들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해 다양한 의견 수렴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 검사는 “종전까지 인지 및 검찰 직접 구속 등 평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갈수록 송치 사건을 얼마나 적정하고 매끄럽게 처리하는지가 형사부 검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다각도의 정량적·정성적 평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제건수, 처리건수 등 통계 수치뿐만 아니라 사건 난이도(상중하) 별로 처리능력을 평가하고, 결재자의 객관적 평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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