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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력파 발견 민주적 절차가 더 감동

2016년 2월, 국제공동연구팀 라이고(LIGO)가 중력파를 처음으로 검출한 과학적 사건은 전세계를 흥분시켰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가 101년만에 밝혀지면서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초신성과 같은 거대 천체들이 일으키는 사건을 관찰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 것이다. 가령 138억 년 전 우주빅뱅 당시 중력파를 검출하면 초기우주의 정보도 얻는 게 가능하다. 라이너의 주요 과학자들이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건 당연하다.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태동하는 이 시작과 끝을 현장에서 죽 지켜본 유일한 비과학자가 있다. 해리 콜린스 카디프대 사회학과 석좌교수다. ‘중력의 키스’(글항앙리)는 중력파로 확증된 신호 GW150914가 검출된 2015년 9월14일부터 2016년 2월 논문이 발표되기까지, 협력단 내부에서 확정되는 과정,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과정을 관찰·탐구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프로젝트 협력단에는 세계 각지의 10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단 한편의 논문을 위해 열띤 토론과 논쟁을 거치고 비밀을 지키며 중력파를 탄생시킨 과정을 통해 콜린스는 과학적 합의의 과정이 사회적 합의와 마찬가지로 민주적 절차를 가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중력파의 검출에는 신뢰도 높은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만 중력파의 발생이 단발적 사건이고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든 세부사항을 과학적으로 100퍼센트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확증에는 반드시 사회학적· 철학적 고찰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데, 콜린스는 이런 과정을 예리하게 들여다본다.

라이고 공동체는 내부적으로 중력파인지 확증할 엄정한 기준의 하나로 '암맹 주입'이라는 가짜 신호를 주입, 끝까지 비밀에 부치는데 연구자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든 신호의 진위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이 절차는 비효율적이고 연구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엄밀한 검출을 위한 필요한 절차로 합의·유지된다.

콜린스는 거대 공동체가 발견해낸 중력파 검출의 세부 과정을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민주주의 사회의 합의 과정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중력의 키스/해리 콜린스 지음, 전대호 옮김/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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