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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언택트 착시효과

“도대체 판교라는 도시는 어떤 곳인가요?”

오픈소스 기반의 검색·데이터 분석 솔루션 기업 엘라스틱에서 나온 질문이다. 엘라스틱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엘라스틱은 각국 도시 별로 구글에서 ‘elastic’을 얼마나 검색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검색량 1위 도시는 판교였다. 엘라스틱 본사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자사 솔루션을 가장 많이 검색한 도시가 서울도 아닌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판교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판교 소재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각종 설명회도 열었다. 현재 엘라스틱은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르고 있다.

판교는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한국의 IT산업을 이끄는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최신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판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신기술이 집약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기가 휘청일 때 판교 일대 인터넷·소프트웨어·게임 기업들은 깜짝 실적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성적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언택트(비대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가면서 뜻밖의 호재를 맞았다. 언택트 기반의 메신저, 쇼핑, 페이(지불), 콘텐츠, 원격업무 등이 효자 역할을 했다. 증권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언택트 대장주’로도 꼽는다.

코로나19라는 메가톤급 위기에서도 국내 IT기업들의 선방은 분명 눈부셨다.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세분화한 전략도 적중했다.

반면 겉으로 보이는 수치를 경계하는 시선도 따르고 있다. 전적으로 IT업계의 기술력과 차별화된 서비스만으로 일군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수요 급증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코로나19 반사이익’, ‘시대를 잘 만난 비즈니스’ 등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무대에서 겨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국내 IT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신기술 분야에서 국내 IT 시장은 선진국 대비 여전히 척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과학·기술·산업 점수표(OECD Science, Technology and Industry Scoreboard 2017)에 따르면, 한국은 빅데이터 분야에서 전체 측정 20개국 중 점수가 가장 낮았다. OECD 점수표는 각국 기업환경 내 ICT기술 확산 정도를 분석한 결과다.

한국은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보다도 점수가 낮았다. 전체 평균보다도 3배 이상 뒤쳐졌다.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에서도 한국은 전체 측정 31개국 중 25위에 머물렀다. 한국 아래에는 헝가리, 터키, 그리스, 멕시코 등만 있었다. 전체 평균 대비 한국 점수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의 글로벌 기업별 AI 특허 보유 현황(지난해 기준)에 따르면 1위가 마이크로소프트(MS), 2위가 IBM이다. 상위 10개 기업 중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3위)가 유일하다.

코로나19 진짜 위기는 2분기부터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IT 기업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실적 뒤에 숨은 ‘언택트 착시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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