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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장기화 전략으로 맞서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또 돌출발언을 했다. 그는 7일 “한국이 우리에게 상당한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으며 매우 많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참 앞서 나갔다. 때 맞춰 미 당국자는 13억달러 요구 사실을 인정하며 최종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물론 우리 정부는 합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고맙다는데 실무진이 최종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것 자체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이젠 그러려니하고 협상을 계속해 나갈밖에 도리가 없다. 이미 세계 최강국 수반의 권위와 위엄은 찾아볼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그의 언행은 그야말로 예측불가인 데다 오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전략까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대폭 인상을 받아내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돌파하려는 목적이란 것이다.

결국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도 장기전으로 맞춰야 한다. 아직 마무리는 멀고도 먼 듯 보이지만 이미 상당부분 진전된 것도 사실이다. 당초 미국이 제시한 분담금은 50억달러였다. 지난해 분담금 총액 1조389억원을 감안하면 5배가 넘는 워낙 터무니없는 액수였다. 뉴욕타임스(NYT)마저 사설을 통해 “돈만 노리며 미군을 용병으로 격하시킨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그걸 줄이고 줄여 13% 증액한 1조1740억원 정도로 장관급 협상에서 잠정 합의했다. 지금껏 우리 정부의 최종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깨버렸다. 지난달 일이다. 이제 미국의 요구는 13억달러다. 금액으로는 3억달러, 인상률로는 13%와 50%의 차이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그 격차가 주는 상징성은 막대하다.

이미 13%의 인상률도 적은 게 아니다. 2019년(8.2%)보다 4.8%포인트나 높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도 충격이 엄청나다. 그런 가운데 한껏 양보하며 협상타결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토지 무상임대와 각종 면세, 이용료 감면 등 직간접 비용을 부담한다. 그게 매년 수조 원이 넘는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은 동맹의 상징과도 같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반도 방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위한 전략적 목적도 함께한다. 매점매석한 장사꾼의 배짱 흥정처럼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 터무니없는 요구였다는 점이 부각돼 트럼프에겐 오히려 악재가 된다. 우리 정부가 은근과 끈기로 협상을 장기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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