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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로봇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을 자가격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의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이제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구성에서 재택근무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한가지 주목할 것은 로봇산업의 성장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로봇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독일의 한 통계분석업체는 글로벌 로봇시장이 해마다 26%씩 성장해 2025년에는 현재 스마트폰시장의 절반이 넘는 3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 트)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 필요가 늘어나면서 제조 현장에서 서비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로봇 사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고, 어쩌면 2030년 이전에 로봇시장이 스마트폰시장을 추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로봇 활용에 있어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를 측정하는 로봇 밀도만 해도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줄곧 세계 1위를 유지해오다 지난해에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독일이나 일본의 2배, 미국의 3배를 넘는 로봇 밀도를 보인다. 그런데 이처럼 로봇 활용의 선도 국가인 우리나라에 세계 선도 로봇 제조업체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왜일까. 현대나 LG, 삼성 등 대기업이 산업용 로봇에서 스마트홈 로봇에 이르기까지 제품을 개발·판매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가전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는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로봇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으로, 그 역사가 자동차나 가전산업에 비해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자동차나 가전과 달리 우리나라의 로봇산업은 내수 중심으로 발전했다. 세계 선도 업체 제품에 비해 품질이 다소 떨어져도 가성비가 뛰어나면 수출이 가능한 자동차나 가전과 달리 산업용 로봇은 공장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제품이라 선진 제품에 비해 성능이 더 뛰어나지 않으면 수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소한 국내 시장 중심의 로봇산업에 그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로봇산업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ICT 기술 발전으로 더 싸고 쉽고 스마트한 협동 로봇과 서비스 로봇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더구나 협동 로봇이나 서비스 로봇시장에는 산업용 로봇시장의 파낙이나 ABB와 같은 절대강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로봇 품질은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로봇을 따라오지 못한다. 그동안 가전이나 반도체, 스마트폰을 통해 ICT 기술을 축적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엔 기회일 수 있다. 최근 열린 CES 2020에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서 협동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로봇기술을 선보였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로봇산업은 이미 2000년대 초 우리나라의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될 만큼 주목과 기대를 모으는 산업이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할 로봇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선도 로봇기업으로 도약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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