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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코로나19 재정지출과 학철부어

선거 결과를 볼 때마다 국민의 뜻은 참 절묘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치러진 21대 총선은 집권여당에 재적 의석의 3분의 2를 몰아준 역사상 유례없는 결과를 낳았다. 여당이 가진 180석이면 대통령 탄핵과 헌법 개정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입법행위가 가능하다. 여당에 과반을 줘도, 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도, 제3당을 밀어줘도 밥그릇 싸움만 반복해온 정치권의 꼴불견에 대한 심판이 아닐지 모르겠다. 굼뜨지 말고, 제때 제 일을 제대로 하라는….

코로나19 극복 대책이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른 비경제적 원인인 만큼 경제논리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일단 경제 시스템 존속을 위해 어떻게든 가계와 기업들의 생존을 유지시켜야 한다. 조준사격보다는 살포 방식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돈이다. ‘대출’보다는 ‘지원’ 성격이 강해 빌려 준 돈이 제대로 회수될지 불투명하다. 금융회사도 결국엔 영리기업이다. 행정조치에서 면책되더라도 떼일 위험이 큰 곳에 돈을 빌려주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은행이 돈을 새로 찍고, 정부가 재정을 푸는 이유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금융회사들이 앞장을 서는 모습이다. 증시 안정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돈을 대부분 은행에서 모았다.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도 정부는 이자만 일부 지원할 뿐 부실 위험은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다. 물론 국책은행도 역할은 하고 있다. 하지만 국책은행 역시 민간 은행과 마찬가지로 자본비율 등의 국제기준은 지켜야 한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고, 일단 은행들이 있는 돈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손 놓고 있는 곳이 있다. 정부가 새롭게 재정지출을 하거나 재정부담을 늘리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입법부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속도가 중요한 코로나19 대책이 겉돌고 있다.

당장 비우량 회사채 인수를 위한 자금이 급하다. 우려했던 3월 일반회사채시장에서는 발행보다 상환이 더 많았다. 그나마 회사채시장 접근이 어려운 비우량기업들은 돈 구할 곳이 막막해질 게 뻔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도울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우량 채권이어서 손익 부담을 안게 되는 민간 금융회사는 발을 담그기 쉽지 않다. 결국 정책기관이 나서야 하고, 자금은 국채를 발행하던,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방법밖에 없다.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위해서는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 모두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들이다.

여당의 180석은 21대 국회가 출범해야 힘을 발휘한다. 그전까지는 입법활동에 여전히 과반에 가까운 야당의 합의가 필요하다. 여야 합의가 매끄럽지 못하면 21대 국회 원구성이 이뤄질 6월까지는 입법활동에 계속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장자(莊子)의 ‘학철부어( 轍 魚)’이야기에 나오는 붕어를 떠올려 보자. 수레바퀴 자국에 빠진 붕어에게는 숨이 끊어진 다음에 호수에 돌아가기보다는 당장 호흡할 물 한 대접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지원은 제때 충분히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더 많은 기회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20대이든, 21대이든 불과 보름 전까지 그토록 외치던 ‘국민을 위해’ 정치권이 신속히 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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