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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힘 모아도 모자랄 판에 ‘비대위’ 놓고 또 삐걱대는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수습에 나선 미래통합당이 또다시 극심한 자중지란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김종인 체제’에 대한 당 안팎 중진급 인사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은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했다. 그 바람에 보수 정치세력 자체가 와해 위기에 몰렸다.

이를 제자리로 돌리려면 한 조각의 힘과 지혜까지 다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김 위원장을 둘러싼 내분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하고 있으니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김 위원장 공격은 누가 봐도 도를 넘었다. 홍 전 대표는 27년 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까지 들먹이며 김 위원장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욕에 찌든 부패 인사’라는 극단의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골적 인신공격이다.

홍 전 대표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는 뻔하다. 자신의 향후 행보에 김 위원장이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 전 대표는 복당은 물론 다음 대선을 겨냥한 행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한데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 후보는 ‘70년대생 경제전문가’로 세워야 한다는 의지를 공개 표명해왔다. 실제 그렇게 된다면 홍 전 대표의 설자리는 없다는 계산이다.

유승민 의원 등 영남권 출신 인사들의 김종인 체제 비토도 끊이지 않는다. 당의 진로를 외부 인사에게 맡기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게 이유의 핵심이다. 총선 패배를 추스르는 방안은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두고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기득권은 모두 내려놓는 것은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할 일이다. 대안도 없이 비상 체제를 흔들기만 한다면 수습은 더 늦어질 뿐이다. 배가 가라앉을 판인데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은 배를 구하는 데 모두가 매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총선을 통해 국민이 통합당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늙은당’, ‘꼰대당’, ‘웰빙당’으로는 절대 안 되니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변화와 혁신에 나서라는 것이다. 통합당 스스로도 이런 민심의 준엄함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통합당은 의석 수에선 집권당에 대패했지만 지역구 득표율 차이는 8%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민이 회초리를 때리면서도 재건의 여지는 충분히 남겨 주었다. 그런데도 한 줌의 기득권에 연연하는 구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민심은 그나마 남긴 여지마저 거둬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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