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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마이너스 유가, 짐작조차 불가능한 코로나 경제 후폭풍

폭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급기야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배럴당 4만원 넘는 웃돈을 얹어 줘야 원유를 가져간다는 얘기다.

물론 선물 만기일(21일)을 앞두고 벌어진 비정상적인 가격이다. 오래 갈 일도 아니다. 원유 등 상품의 선물 계약은 만기가 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그런데 수요가 줄어 기름이 남아돌면서 원유 저장 공간이 가득 찼다. 하지만 유전에선 기름 파내는 작업을 쉽게 멈추기 어렵다. 그렇다고 물처럼 버릴 수도 없다. 그러니 더 이상 보관 못하면 웃돈줘서라도 내보내야 한다. 마이너스 유가가 나온 이유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이 몰고 온 경제 후폭풍의 상징적인 현상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계속 벌어지고 나타날 일들은 짐작조차 불가능하다.

마이너스 유가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한 데 기인한다. 이동제한으로 마비상태나 다름없는 전 세계 항공망은 물론이고 가동중단에 들어간 많은 공장으로 인해 지구촌 전역에서 기름이 남아돈다.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기름값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저다. 정제된 휘발유가 편의점 생숫값보다도 싸다. 연초 대비 3분의 1 값으로 떨어진 유가는 전 세계 석유산업의 위축을 불러오고, 특히 생산 단가가 높은 미국의 셰일석유 산업을 파탄으로 몰아간다. 20달러대 저유가가 몇 달간 지속되면 미국은 물론 러시아·사우디 등 산유국 모두 버티기 힘들다.

기름에서 출발한 경제 침체는 절벽에 가까운 수요 감소를 불러온다. 일부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어마어마한 원유 관련 파생결합증권(DLS)만이 아니더라도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면 금융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이 같은 글로벌 대공황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이란 점이다. 20여년 전 IMF 외환위기는 아시아권의 국지적인 문제였다. 다른 곳은 좋았다. 우리만 잘하면 극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3년 만에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주요 수출국 모두가 심각하다.

해결책은 없다. 오직 버티기 뿐이다. 글로벌 수요가 살아날 때까지 어떻게든 기업들이 살아남아야 한다. 주판알을 튕길 때가 아니다. 사업가와 노동자 모두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무작정 해고금지나 기계적인 구조조정만 주장해선 안 된다. 정부도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중재하고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생존하면 기회가 온다. 위기는 위장된 기회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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