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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코로나19와 총선,그리고 귀농·귀촌

10년 전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한 후 해마다 이맘때면 항상 바빴다. ‘반쪽농부’라고 해도 본격적인 농사철이기에 해야 할 일은 늘 쌓여 있다. 게다가 전국 이곳저곳으로 귀농·귀촌 강의를 다니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올스톱됐다. 5월에는 모든 게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도시에 사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필자는 부러움의 대상인가 보다. 혹 안부 전화라도 나누게 되면 “청정 시골에서 코로나 걱정 없이 건강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며 사는 모습이 부럽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들의 말마따나 농촌의 집과 농장에서 생활할 때는 마스크가 필요 없다. 농촌은 넓은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는 적기 때문에 저절로 ‘물리적 거리두기’가 이뤄진다. 그러니 ‘사회적 거리두기’도 쉽다. 안빈낙도하는 자연인의 삶은 어찌 보면 마음먹기에 달렸다.

인간이 만든 도시에서는 돈·명예·권력 등 도시의 가치에 매몰돼 살지만 자연에 터 잡은 농촌에서는 매일매일의 날씨 변화에서부터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된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 느림·힐링·평안 등 자연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귀농·귀촌의 궁극적인 목적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는 농촌과 귀농·귀촌에 관한 시사점도 남겼다. 전국지도상 당선자 분포를 보면 압승한 파란색(더불어민주당, 163석)의 면적보다 되레 참패한 빨간색(미래통합당, 84석)의 면적이 훨씬 더 넓었다.

수도권인 경기도는 파랑이 전체 59석 중 51석(86.4%)을 차지했지만 지도상 면적은 빨강(7석, 11.9%)과 엇비슷했다. 빨강은 여전히 ‘군’으로 남아 있는 연천·가평·양평 등 3곳을 비롯해 포천·동두천·여주·이천·용인·평택 등 경기도 외곽지역이다.

강원도는 전체 8석 중 빨강 4석, 파랑 3석이지만 도내 1, 2위 도시인 원주와 춘천의 파랑을 제외하면 빨강 면적이 압도적이다. 충북과 충남의 경우도 파란색 당선자가 더 많았지만, 지도상 면적은 빨간색이 지배했다.

대체로 ‘진보’를 대변하는 파란색은 도시에서, ‘보수’를 나타내는 빨간색은 농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전 선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지만 이번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하나는 기록적인 여당의 압승이었다는 점, 또 하나는 2015년부터 해마다 50만명 안팎의 귀농·귀촌인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농촌=보수=빨간색’은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이번 총선에선 양대 정당의 당선 의석수 차이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빨간색이 더 짙어진 것 같다. 왜 그럴까.

필자는 이에 대해 정치적 분석이나 비평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다만 농촌 고유의 삶의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그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 하늘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 농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귀농·귀촌이란 어찌 보면 파랑의 삶터(도시)와 삶의 방식(진보)에서 빨강의 삶터(농촌)와 삶의 방식(보수)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아닐까. 이는 진보에서 보수로의 퇴보가 아니라 오히려 작위적인 삶에서 자연적인 삶으로의 원초적 회귀본능이며 순수함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은퇴 후 귀농·귀촌을 조심스럽게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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