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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보수는 보수(補修), 진보는 진보(塡補)하라

21대 총선의 결과는 이미 다 알듯 여당의 압승이다. 그것도 충격적인 스코어 차이다. 한 석만 이겨도 승리라고 할 판인데 무려 180대 103이다. 과반도 넘어서 5분의 3이다. 개헌만 빼고는 모든 입법 결정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됐다.

정치에도 대입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수학공식 같은 게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총선의 법칙을 모두 뒤엎어 버렸다. 총선은 대개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내내 잘하는 정권은 없다. 그러니 야당에 유리한 게 일반적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더하다. 심판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많은 정치분석가는 50%를 분기점으로 본다. 그런데 21대 총선은 마스크 선거인데도 66.2%를 찍었다.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현역 교체비율이 높은 곳이 승리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현역 교체비율은 30%도 안 됐다. 반면 미래통합당의 교체율은 40%를 넘었다.

세대별 투표율도 그렇다. 젊은층이 투표장으로 많이 가면 진보가, 장년층의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가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룰이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이번엔 4년 전보다 젊은 유권자는 줄고 중장년 유권자는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중장년층의 투표참여율이 높았다. 여당에 유리한 건 새로 투표권을 갖게 된 18세 투표자들뿐이다. 그나마 이들은 55만명 정도로 전체 유권자의 1%를 조금 넘는다.

그런데도 결과는 무시무시한 야당의 참패였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고, 국난 앞에서 정권의 안정을 바라는 표심이라고 쉽게 해석하기 어렵다. 그건 신기없는 점쟁이가 변명으로 자주 쓰는 대문 옆 대추나무다. 대추나무가 없었더라면, 있어도 집안이었더라면, 집안이어도 오른쪽이었다면…아무데나 쓰는 만능키다.

많은 사람이 이번 총선의 결과를 무능하고 변화없는 야당의 자멸로 평가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 메시지는 그 이상이다. 달라진 세상에서 다른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여야 모두에 변화를 요구한다는 얘기다. 어차피 독재가 아니라면 정치는 보수와 진보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지금 만신창이가 된 보수(保守) 야당엔 보수(補修)가 필요하다. 낡고 부서진 것을 손봐 고쳐야 한다. 새로 만든다 할 정도의 수리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미 “기대할 게 없다”는 평가를 받은 보수야당 아닌가. 대충 손봤다간 100석 남짓 남은 마지막 보루마저 잃는다. 진두지휘할 대목수가 없는 게 문제지만 어차피 자초한 일이다. 못하면 비켜주거나 사라지는 수밖에.

진보(進步) 여당이 해야 할 일도 진보(塡補)다. 모자라는 것을 메우고 보충해야 한다. 당연히 반대쪽, 모자라는 쪽을 둘러봐야 한다. 다른 이는 몰라도 이낙연 선거대책본부장은 잘 아는 듯하다. 그는 “저희 당을 지지하지 않으신 국민 여러분의 뜻도 헤아리며 일하겠다”고 똑똑히 말했다. 어디 국민뿐이겠는가.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일에서부터 대책없는 탈원전 정책까지 진보해야 할 곳은 허다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비우면서 채우는 일이다. 속좁은 내로남불에서 벗어나면 옹졸한 복수심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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