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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 住土피아] ‘전세가율’로 본 선거 이후 주택시장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지표가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다. 주택의 사용가치를 나타내는 전세가격이 투자가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매매가격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따지는 것이다.

집값 상승기엔 자연스럽게 전세가율이 떨어진다. 너도나도 집을 사려고 몰리면서 전세 가격에 비해 매매 가격이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전세입자도 매매 수요에 동참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줄어 전셋값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반면, 집값 하락기엔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이 뛰어 전세가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니 전세입자는 주택 매수를 미루고 재계약을 한다. 신혼부부 등 신규 주택 수요자들도 매수보다는 전세를 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1998년 12월부터 월간 전세가율을 발표하고 있는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비교적 최근인 2016년 6월이다. 75.1%까지 올랐다. 집값과 전셋값이 25%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전세입자면 누구나 은행 대출을 통해 쉽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시기였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늘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역대 전세가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월이었다. 38.2%까지 내려갔다. 전세입자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보증금 말고도, 집값의 60% 이상 대출을 해야 했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전세가율로 집값에 낀 ‘투기 수요’, ‘거품’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하는 전문가가 많다. 전세가율 75%일 때와 38%일 때 중 어느 쪽이 집값 거품 가능성이 클까. 당연히 38%일 때다. 주택의 사용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전셋값에 비해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한 뉴타운 정책 등으로 너도나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대거 몰려, 단기간에 집값이 폭등했던 게 역대 가장 낮은 전세가율의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다.

그럼 전세가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 수준일까. 전세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비교할 해외 사례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나라 역대 월평균 수치를 통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1998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256개월간의 월 평균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5.3%다.

IMF 구제금융으로 집값이 크게 폭락했던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집값 상승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5년까지 하락기, 최근 5년 정도의 상승시기를 모두 거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0%를 넘었던 때는 2000년 4월부터 2002년 8월까지 29개월, 2013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61개월 뿐이다. 조사 이래 90개월을 제외한 166개월은 60% 미만이었다는 이야기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올 들어 지난 3월 기준 54.9%까지 떨어졌다. 2월(55.6%)까지 역대 평균치를 웃돌다가 최근 평균 밑으로 빠졌다. 전세가율만 봐서는 아직 서울 아파트값에 거품이 많이 꼈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전세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시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이후 전세가율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매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상태여서, 내 집 마련을 미루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전셋값은 다시 뛰기 시작하고, 전세가율은 곧 반등해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반면, 아직 수도권에 집값 상승 에너지가 남아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최근 서울 강북이나, 인천 등지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양상, 분양시장의 초강세, 경매 시장의 매수 흐름 등을 보면 여전히 집을 사려는 수요는 저변에 존재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마무리되면 매매시장도 다시 살아날 것이란 예측이다.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종합부동산세 등 규제 완화 분위기 등도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힘든 변수다. 집값 상승 흐름이 꾸준하다면 전세가율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 전세가율 흐름을 더 주의깊게 봐야 하는 이유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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