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병국의 현장에서] 미성년자 성착취…7년전과 달라진게 없다

노예, 감금, 신상 공개 협박, 어린 소녀에 대한 성적 유린…. 기시감일까. 아닐 것이다. 과거 분명히 겪었던 일이다. 이 같은 일들을 두고 온 사회가 분노했던 적이 확실히 있다. 여론이 뜨거워지고, 엄정 처벌을 지시하고, 수사당국은 강력한 수사 의지를 표명하고…. 패턴조차 비슷하다.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공유한다는 ‘n번방’ 이야기다.

7년전 이맘때였다. 유명 포털의 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모집 카페에 “16세 여학생입니다. 뭐든 다 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취재 목적이었다. 5만~10만원의 돈으로 ‘16세 소녀’를 사겠다는 남성들의 쪽지가 쇄도 했다. 글을 올린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쪽지를 보낸 사람 중 10여 명은 자신의 나이를 밝혔다. 모두 성인이었다. 한 남성은 선금을 내줄 테니 교복 차림으로 성행위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내용은 2013년 4월 3일 지면에 ‘‘알바 카페’ 청소년 성매매 창구 전락’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됐다.

당시 남성들은 ‘16세 소녀’에게 인터넷 메신저 틱톡(TicToc) 사용 여부를 물었다. 당시 틱톡은 카카오톡 등에 비해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 면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메신저였다. 중국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동영상 전문 SNS(사회관계망서비스) TikTok과 다르다.

기사가 나간 2013년에는 미성년자 성폭행·성 착취범에 대한 관용 없는 처벌 요구 여론이 거세게 일던 해였다. 대법원은 같은 해 1월 3일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첫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리며 여론을 환기시켰다. 스마트폰 채팅으로 알게 된 10대 5명과 성관계를 가진 뒤 이들의 알몸 사진·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 등에 퍼뜨리겠다며 흉기로 협박,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당시 31세) 씨가 대상이었다. 2013년은 ‘가출팸(가출 패밀리)’이 이슈가 됐던 해이기도 했다. 가출한 소녀들을 꼬드겨 성매매를 시키고 이들을 성적으로 유린한 남성들이 줄줄이 입건됐다.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정부는 같은 해 6월 정부는 ‘성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내놨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를 결정하지 않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렇게 7년이 지났다. 하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남성들의 성폭력은 오히려 늘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1123건이었던 아동 대상 성범죄 건수는 2018년 1277건으로 13.7% 증가했다. 틱톡에서 “자세한 얘기”를 하자던 승냥이 떼 같은 남성들은 텔레그램·디스코드로 근거지를 옮겼다.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거나 청와대의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수사당국의 태도도 변하지 않았다. n번방에서 올라온 아동 포르노물을 112에 신고했더니, 텔레그램 수사는 힘들다는 경찰의 얘기를 듣고 n번방 운영자로 돌변했다는 내부 제보자의 얘기는 씁쓸함만 더한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자, 검경을 비롯한 모든 정부 부처가 n번방 근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잇단 수사 소식과 관계부처의 대응 방안이 일회성이 아니기를 빈다. 7년 뒤에도 똑같은 글을 쓰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회부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