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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가공동체

  • 기사입력 2020-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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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미국에서 안식년 연수를 보낼 때의 일이다. 아이가 공립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아침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사회적 계약이라는 명칭의 선서를 낭독하곤 했다. 5개 항목으로 된 선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성공을 거두기 위해 ①우리는 개인적 최선을 다한다 ②타인과 나 자신을 존중한다 ③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진다 ④안전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⑤우리의 풍부한 다양성을 환영한다.”

메이플라워호가 처음 도착했던 동부 지역 초등학교에서 매주 이러한 문서가 낭독되는 것을 들으면서,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건너와 미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게 된 정신이랄까, 사회적으로 공유된 원칙을 체감했다.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하면서도, 타인이 지닌 다양성도 존중하는 공동체를 안전하게 건설하려는 것이 미국의 탄생 근저에 흐르는 사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민주주의국가도 이러한 정신에 바탕해 형성되지 않았을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됨은 물론, 동시에 타인과의 공존과 협력이 기반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국가는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는 물론 주요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새로운 규범이 되고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 공공장소 접근, 집회나 스포츠 및 문화행사 개최가 억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국경을 넘어선 사람 간 이동이 규제되고, 특정 국가에서 입국했거나 방문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역은 물론 자가격리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심지어 세계 각지의 청년이 스포츠를 통해 교류하고 상호 이해를 심화시킬 목적으로 지난 100여년간 개최돼온 올림픽도 1년간 연기됐다.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타인 혹은 타국의 존재가 병원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잠재적 전제 하에 접촉 및 교류를 금기시하는 규범이 개인과 국가들에 요구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규범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려는 목적 하에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지만 새삼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에 직면하면서 그간 우리가 영위해온 사람 간 유대와 결사가 얼마나 일상을 풍요롭게 해왔고 민주적인 국가공동체를 뒷받침해왔던가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 원래 국가공동체란 미국 초등학교의 아침 선서에서 낭독되는 것처럼, 자신이 가진 자유와 잠재력을 발현시키면서 동시에 다양성을 가진 타인의 존재와 존엄도 존중하는 ‘공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타인의 존재가 자신의 안전과 발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형성되는 사회는 건강한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회적 격리 혹은 국가적 격리를 일시적으로 요구당하게 됐지만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의 국가를 건설하고 대외적으로 국가 간 자유로운 교류를 추진해오면서 혹시라도 공동체 내 타자나 집단이 가진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공존해왔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국가공동체 내 타인을 정치적 견해나 출신 지역 차이로 인해 정치적으로 격리하는 것은 반공동체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와중에 오는 15일 총선이 실시된다. 후보자마다 각각 다양한 정치적 비전이 제시되겠지만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도 포용하고 경청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국가공동체를 위해 요청되는 미덕일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금부터의 세계는 코로나19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야말로 타인의 존재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연대가 활성화되는 국가공동체 건설이 시대적 과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이 국민이 코로나19 맹위 속에서 감수해온 사회적 격리의 고통스러운 시간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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