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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건설 입찰 연기 속출…‘300억弗 수주 목표’ 가물가물
코로나 여파 ‘해외건설’ 직격탄
중동·아세안국가 잇단 발주 연기
플랜트·도로 등 인프라 공사 타격
1·2월 호조 3월 들어 80% 급감
‘다 된 수주’ 망칠까 노심초사
“잠시 연기 곧 재개” 낙관 전망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이달 23일로 예정됐던 35억달러(4조3080억원) 규모 자푸라 가스 처리 플랜트 프로젝트 입찰 마감을 5월5일로 연기했다. 이번에 발주할 물량은 전체 프로젝트에서 10억달러(1조2310억원) 규모를 차지하는 가스 압축시설 설치 등 공사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아람코는 이달 초 줄루프 해수담수화 플랜트 PQ(사전적격성심사) 서류 입찰 일정을 6월30일로 미뤘다. 해수담수화 기술은 우리나라 기업이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분야여서 눈독을 들이는 국내 기업이 많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 계획이 코로나19 사태로 암흑 속에 빠졌다.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이 플랜트, 도로 등 인프라 확충,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발주를 연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될 경우 아예 발주 계획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벌써 한 차례 이상 입찰 일정을 연기한 곳도 있다. 카타르 수력·전력청 카흐라마가 추진하는 민자 담수 발전 프로젝트 ‘패컬티E’ 입찰 마감은 당초 2월 예정돼 있었으나, 4월2일로 미뤘다가 최근 다시 4월30일로 변경했다. 이 프로젝트의 PQ를 통과한 기업 중에는 한국전력공사도 포함돼 있다.

사정이 악화되자 입찰을 준비하던 국내 기업들은 해외 수주 목표를 낮춰야 할 판이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주요 국가들이 발주 계획을 연기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하락 추이가 안정을 찾으면 곧 재개할 것”이라고 하지만,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게 대부분 건설사들의 전언이다.

실제 상황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달 해외 수주 실적은 폭락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올린 전체 수주 실적은 건수로 31건, 계약금액으로 6억3367만달러 규모다. 올해 1월 56억4603만달러(60건), 2월 37억2232만달러(50건)로 호조를 보이다, 한 달 만에 전달의 5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해외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지금 상황으로는 정상적인 참여가 어렵다. 국내 기업이 공격적으로 수주를 해왔던 국가들로부터 코로나19 위험국가로 분류돼 ‘입국제재’를 당한 처지여서다.

중동과 동남아 사업 비중이 큰 A건설 관계자는 “중동, 동남아 등 예정된 대부분 프로젝트가 다 미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설령 예정대로 입찰이 진행된다고 해도 우린 인력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주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는 80곳이다. 입국절차를 강화한 지역까지 합하면 140여개 국가에서 입국 제한을 받고 있다. 특히 사우디,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호주 등으로부터는 아예 ‘입국 금지’ 대상이 됐다. 이들은 국내 건설사들이 플랜트, 도로 공사 등 사회기반 시설 수주를 많이 해온 곳이다.

건설업계에선 벌써 정부가 세운 올해 해외 수주 300억 달러 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초 업계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알제리에서 4조원 규모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등 낭보를 전하면서 300억달러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1~2월에만 90억달러가 넘는 수주 실적을 달성했으니, 작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탈출했다고 여겨졌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전체 물량은 223억달러 규모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월말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충격파는 예상보다 컸다.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B건설 관계자는 “동남아에선 4월에 대형 입찰이 많이 예정돼 있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상황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 국가들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반시설 발주 계획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하는 대부분 프로젝트는 해당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마련해 추진하는 대형 공사들”이라며 “당장 연기될 수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면 곧 재개하기 때문에 무조건 비관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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