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금폭탄·코로나 시대’…부자들 강남 아파트·주식 팔고, 빌딩·땅 산다
-부자들의 새 자산 포트폴리오
-규제 심한 아파트· 변동성 심한 주식 정리
-필지 통째 소유하는 빌딩으로
-강남권은 토지 거래도 많아...최근 석달간 오히려 증가세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고소득 맞벌이 전문직인 A씨는 최근 서울 개포동 고가 아파트를 처분하고 강남에 꼬마빌딩 매수 계약서를 썼다. 지금 살고 있는 성수동 아파트 외 개포동 아파트 두 채가 모두 규제 대상인 시세 15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다 보니, 수익성보다 세금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반면 빌딩은 주택과 달리 대출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입지가 좋아 임대료를 잘 받으면 수익성도 좋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과 아파트 매도 후의 현금을 합치면 매수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 B씨는 2015년 서울에 보유하고 있던 꼬마빌딩을 매각해 매각대금의 3분의 2를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큰 손실을 입고 2017년 여름 막바지에 남은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해 겨우 원금을 회복한 후, 물건을 살펴보다 2018년 말 겨울 약 80억원 대의 청담동 빌딩을 매입했다. 그는 최근 주변 자산가들에게 주식시장에 돈을 더 넣을 것이 아니라 빌딩에 자금을 투입하라고 이야기한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면, 지금이 기회라는 것이다. 실제 그의 부자 친구들도 빌딩을 보러다니고 있다.

잇따른 주택시장 규제에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주식시장이 무너지면서 부자들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다보니 실물로 남는 빌딩이나 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역대 최저로 떨어진 금리를 바탕으로 대출이 자유로운 부동산에 투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빌딩숲을 이룬 서울 강남구 일대 [헤럴드경제DB]

▶강남 3구 건축물 거래 3개월간 8.9% 늘어=24일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최근 3개월간 건축물 거래는 지난해 12월 3만7908건에서 올 2월 3만1898건으로 15.9% 감소했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내 건축물 거래는 이 기간 오히려 증가했다. 이들 강남3구의 건축물 거래는 같은 기간 5803건에서 6321건으로 8.9%가 늘었다.

강남권 빌딩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원빌딩의 구동현 빌딩사업부 팀장은 “실제 주식 시장이나 아파트를 정리한 자금을 빌딩에 투자하려는 문의가 많다”면서 “또한 빌딩은 아파트와 달리 한 필지를 혼자 소유하는 것이라 자산가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 혜택도 크다. 강남권의 꼬마빌딩은 50억원 전후로 강남권 30평대 신축 아파트 2채와 가격이 비슷하다. 세법상 꼬마빌딩은 주택이 아니라 땅값 합계 80억원이 넘지 않으면 건물분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고 다주택자 중과도 없다.

국토교통부의 보유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와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를 한 채씩 소유하면 다주택자 중과로 보유세 5300여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시세가 50억원인 빌딩의 보유세는 1200여만원이다.

▶강남은 아파트 말고 토지거래도 많아=강남구는 토지 거래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은 12·16 대책으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가 주택 시장에 전방위적 규제를 더한 때여서 이후 주택 가격이 낮은 곳으로 유동성이 옮아가는 ‘풍선효과’를 연출해왔다. 그러나 오히려 부자들의 부동자금은 주택 시장이 아닌 땅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남구 내 비거주용(상업, 기타, 나지) 토지거래는 지난해 12월 654필지에서 지난달 786필지로 늘었다. 2월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커지면서 전반적인 경기 위축 우려가 나오던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거래 증가는 이례적이다.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동은 마치 은마아파트나 래미안대치팰리스 같은 고가 아파트 거래만 이뤄지는 줄 알지만, 실제 이 동네는 땅 거래가 많다”면서 “아파트 단지 외 토지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가 꾸준히 찾는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강남구 내 나지 거래는 240필지로 지난해 12월 77필지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구동현 팀장은 “역삼동이나 도곡동 등 빈 땅을 매입하는 이들은 사옥이나 근린생활빌딩 등을 법인명의 매입으로 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강북 핫 플레이스에 대한 인기도 높아져서 최근 성수동이나 연희동 역시 3.3㎡(평)당 땅값이 1억원을 넘나들기 때문에 강남권 땅에 대한 관심도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