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일한의住土피아]‘사이버 견본주택’ 신풍속…실수 없이 분양받으려면

조명발과 화장발을 조심하라. 소개팅에서만 하는 말이 아니다. 아파트 분양 현장에도 통용된다. 이른바 아파트 견본주택 ‘인테리어발’이다. 건설사들은 일반적으로 견본주택 내부를 실제보다 커보이도록 설치한다. 분양이 잘 되기 위해 법적으로 허용한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 전시용 가구는 소비자가 잘 느끼지 못하는 수준에서 특별히 제작한다. 거실의 소파, 안방의 침대, 주방의 식탁은 일반 제품보다 폭은 좁고 길이는 짧다. 유난히 밝은 조명과 곳곳에 설치된 커다란 거울은 내부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한다. 예쁘고 화려한 각종 세부 인테리어 아이템은 작은 약점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한다.

올 봄 분양 시장엔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카메라발’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집단 감염 우려 때문에 견본주택을 열지 않고,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분양하는 곳이 늘면서다. 사이버 견본주택은 가상현실(VR) 등 최신 기술을 통해 견본주택 내부의 주택형(유닛)을 360도로 찍어 올려 놓은 온라인 공간이다. 분양 홈페이지에 마련된 ‘e모델하우스’에 클릭하면 실제 유닛을 보는 것처럼 입구에서부터 거실, 주방, 방, 욕실 등을 마우스 조작으로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다. 평면 구조, 거실 및 방의 형태 등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한계는 명확하다. 너무 완벽한 게 오히려 신뢰감을 떨어뜨린다. 실물 견본주택을 찍어 올렸는데 흠결이 하나도 없다. 마치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 공간으로 느껴진다. 사진의 ‘뽀샵’(포토샵)처럼 카메라도 특별한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견본주택은 실제 시공에 쓰이는 바닥재, 창틀, 벽지 등 마감재로 시공한다. 견본주택에선 이걸 꼼꼼히 확인할 수 있지만, 사이버모델하우스에서는 불가능하다. 최대한 확대해 봐도 마감재 수준을 평가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공간감도 현실과 너무 다르다. 각도에 따라 너무 크게도, 너무 작게도 보인다. 방향을 틀 때마다 공간이 뒤틀린다. 이것을 해소하려면 VR기기를 활용해야 하는데, 일반 컴퓨터로는 불가능하다.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크다.

사이버견본주택은 어떤 면에선 분양 희망자들의 착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실물 견본주택에서만 주는 착시가 있다. 막 문을 연 견본주택에 가면 1층에 유독 사람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일반적으로 1층 홀을 작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은품도 그곳에서만 나눠준다. 사람들이 북적인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입지가 떨어지는 견본주택이라면 하루 종일 어슬렁거리는 가짜 방문객에 속을 지도 모른다. 인기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려고 동원한 아르바이트 인력이다. 견본주택에 첫 주말 방문객이 수만명이라는 등 허수에 속을 수도 있다. 관심 있는 방문객이 조바심을 일으켜 분양을 받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실물 견본주택을 못가는 상황은 오히려 착시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기회에 분양을 받을 때 좀 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면 어떨까. 오히려 실수를 줄이는 청약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는 게 필수다. 건설사들이 요즘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꽤 유용하다. 드론으로 띄워 단지를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고 입지와 특장점을 설명한다. 실시간 질의 응답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입주자모집공고를 꼼꼼히 살피는 건 필수다. 위치, 규모, 분양가 등 아파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다.

아파트가 들어설 현장은 반드시 직접 방문해야 한다. 홍보자료에 나온 역세권이란 말을 무턱대고 믿기 보단 직접 가서 역까지 걷고 확인해 보는 게 좋다. 분양가도 마찬가지다. 견본주택에서 상담을 하면 시세비교표를 보여주면서 주변 가장 비싼 아파트와 비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엔 본인이 직접 주변 시세를 찾아보고, 실거래가, 네이버, 직방 등에 공개된 호가 등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분양가가 정말 싼지 비싼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입주자모집공고를 보면서 빼먹기 쉬운 ‘기타 유의사항’도 꼭 확인해야 한다. 하수종말처리장, 소각시설, 도로소음 등 기피시설에 대한 정보 등 건설사 입장에서 숨기고 싶은 민감한 내용이 적시돼 있는 경우가 많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