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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마스크 대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 국민, 의료진, 일선 공무원 등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원봉사에 나선 이들에게 ‘코로나 전사’라는 찬사까지 쏟아진다.

그런데 정부 방역대책 중에서 많은 국민에게 늦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 있다. 바로 ‘마스크 대란’이다. 지난 한 달 이상 언론과 소셜미디어(SNS)에서 마스크 품절과 이에 따른 가격 급등, 그리고 중국 수출 방관 등을 놓고 국민의 아우성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손 놓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주 대통령의 지시 이후 대응이 쏟아졌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을 통한 업계 단속, 수출 금지, 그리고 농협 우체국 등을 통한 공급 확대 등이다. 그러나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공급하는 대책은 중국인 입국 금지처럼 예민한 외교 문제가 아니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거나 시간이 걸리는 법령 개정 사항도 아닌 사소한 사항이다. 관련 부처의 책임 있는 공직자들이 국민 여론에 미리미리 관심을 가졌다면 일찍이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사항인데도 지난주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된 이후에야 부랴부랴 공급대책을 추진한 것은 정부 시스템의 고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무리 총론이 타당하더라도 가장 사소한 문제, 즉 디테일을 잘 챙기지 아니하면 정책이 실패한다는 의미다. 국가 위기상황에 부딪히면 정부 조직의 능력과 공직자의 책임성, 전문성 등을 알 수 있다. 연일 전 국민이 고통받는 ‘마스크 대란’을 보면서 왜 공무원들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시가 나올 때까지 소극적 행정을 했는지 그 원인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부 대책이 성공하려면 국민으로부터 정책에 대한 신뢰를 받아야 하고, 신뢰 문제는 행정의 디테일을 잘 하는 데에 있다.

현 정부의 의사결정 문제점 중 하나가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약칭,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 등)’ ‘늘공(늘 공무원인 직업관료)’의 이원화와 불신에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시민단체, 정치인 출신인 청와대의 ‘어공’이 직업관료 출신인 ‘늘공’을 불신하거나 종속적으로 본다는 것이 항간의 여론이다.

지난 정부에서 중요 정책을 추진한 유능한 고위직 공무원들을 적폐세력으로 몰아 불이익을 주는 것을 목격한 직업관료들이, 능동적으로 책임지는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측면이 있다. 정부의 고위직 관료들이 추후 책임 면피를 위해 대통령의 지시, 청와대의 의사결정이 있어야 움직이는 수동적·소극적 공무원으로 변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업무실적에 대한 포상은 약하고, 실패의 책임은 강하게 묻는 인사정책은 공직자의 도전적·선제적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기업인, 외부 전문가 등과 만나는 것을 민관 유착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도 커다란 문제다. 공직자에 대한 불신 풍조로 이어져 공무원들 스스로 사회와 고립되게 한다. 세계 각국의 기업 및 전문가들과 초연결 사회, 인공지능 활용 등 4차산업혁명 문제를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공무원들이 스스로 ‘갈라파고스섬’에 고립돼 지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현장의 사정은 알지도 못하는 최고위층이 “일자리를 만들어라, 경제를 살려라, 방역은 이렇게 하라”는 식의 임금님, 공자님 같은 말씀만 해서는 국가의 복잡한 난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다.

공무원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특별권력관계 신분으로 사명감과 충성감이 특별히 더 요구된다. ‘마스크 대란’을 보며 공무원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향상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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